[기고] 조합원은 농협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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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합원은 농협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가
  • 김효진 이장
  • 승인 2019.02.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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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풍산 두지마을 이장

3월 13일은 전국적으로 동시 조합장 선거가 있다. 예비후보자들과 부쩍 많이 접촉하는 요즘이다. 지역신문도 농협관련 기사가 늘었다.
나름 농협 발전의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음지에서나마 각 후보자들 간의 각축전이 벌어지곤 하지만, 정작 조합원들은 선거에 마땅히 간섭할 여지가 없다. 현행 농협법상 선거운동이 극도로 제한된 탓이다. 불법과 과열 방지 차원이라지만 타 선거와 비교하면 조합원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이다. 기득권을 가진 후보자가 유리한 것은 자명하다. 이치가 그렇다.
민주주의는 본디 시끄럽고 피곤하다. 그래서 적당히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야 좋아할 부류는 언제든 선거운동 공간이 확대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시끄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문제는 유권자인 조합원의 태도다. 조합원들 역시 큰 소리 내는 걸 원치 않는다. 후보자야 여론광장이 열려 유권자의 권리와 요구가 확대되면 피곤할 뿐더러 자신의 능력검증까지 해야 할 판이라 부담스럽겠지만, 조합원은 왜 자신의 권리를 애써 축소하는 겸양을 떠는 것일까.
최근 연말과 연초에 열렸던 순창농협 대의원총회를 보자. 공정성 시비와 함께 배임 및 사전 선거운동 논란을 불러왔던 양수기 사건, 하나로마트 옥상 불법건축으로 인한 자산 손실 문제, 가결산 자료도 없이 부실하게 승인한 이사회의 직원 특별상여금 지급 등, 경영진의 실정이 도마에 올랐다. 몇몇 비판의 목소리가 있긴 했으나 경영진뿐 아니라 대의원들의 태도는 쉬이 넘어가기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연이은 감사 선거에서는 누구보다 경영 상태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문제를 찾고 경영진을 질타하던 모 감사가 최소표로 낙마했다. 희한한 일이다.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이사와 대의원에게 경영진의 실책과 문제를 충실히 보고하는 감사가 밉보인 이유가 궁금하다. 조합원의 대의 권한을 가진 그들이 왜 그토록 조합장 등 경영진의 입장을 고려하는 걸까.
이사 회의를 참관해보면 대다수 이사들은 마치 조합장의 친위부대 같다. 조합원 살림살이 걱정보다 임직원 복리후생에 더 열성이다. 감사의 조력을 받아 집행부를 견제하며 경영을 살피기보다 집행부와 한편에 서서 감사를 왕따 시킨다. ‘황당 코믹 시츄에이션’이다. 조합장이 이사회 구성에 사활을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의원들은 어떠한가. 그들은 마을 조합원들이 선출한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의원은 드물다. 조합 경영엔 나 몰라라 하고 자칭 ‘일비’라 부르는 총회 회의비 수령이 목적이 되어버린 ‘병풍’ 대의원들이 다수다. 일비 20만원에 권리를 포기하며 스스로 매수된 대의원이 몇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일비 받는 낙으로 마을에서 대의원하겠다고 나섰다며 노골적으로 공언하는 대의원을 나는 숱하게 보아왔다.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총회 석상에서 의견이 있을 리 없다.
조합의 주인이라는 조합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때 ‘돈 봉투’ 바라는 조합원, 자신의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농협을 조합장의 구멍가게 정도로 생각하는 조합원, 사적인 이권을 앞세워 열 일하는 직원들에게 큰 소리치고 갑질하는 조합원,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주인이 주인 노릇 못하면 머슴이 주인을 깔보고 주인 행세를 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란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제목이 실감나게 와 닿아 관심 있게 읽은 적이 있다. 저자는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는 요소로서 보수의 카르텔로 일컬어지는 돈과 종교 그리고 언론권력의 정치조작을 꼽는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코 베어 갈만큼 기득권자들의 집권전략은 집요하고도 교묘하다. 더 이상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생각이 없는 후보나 당에 투표를 하는 자해선거를 우리 스스로 그만두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이 조합 운영의 책임자를 뽑는 농협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인 조합원조차 개혁의 주체이자 대상임을 새삼 각인하고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농협개혁은 출발하고, 조합원이 노예근성을 버리고 주인노릇을 시작할 수 있다. 조합원들, 이제 제발 농협의 주인으로서 품위를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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