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여운 남긴 여균동 감독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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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여운 남긴 여균동 감독과의 대화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9.02.27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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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5년차, 어디에 살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살고 있는가가 문제다. 인터넷 강국이기에 산 속에서도 원하는 것은 언제든지 사고, 보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아쉬운 부분이다. 영상 미디어에서 벗어나 책과 함께 뒹굴며 사색할 줄 알았던 생활도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지난 주말 여균동 감독과의 대화에서 오고간 이야기들은 내게 잔잔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1000만 관객의 영화를 만들 때보다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 때가 더욱 행복했다는 여 감독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독립영화 ‘예수보다 낯선’은 가볍게 터치한 그림 같았지만 감독의 오랜 생각들이 녹아들어 많은 생각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영화였다. 예수를 소재로 하였지만 결코 신앙이나 신념을 말하지 않았고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세상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영화 상영 후 나눴던 대화는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던지는 위안 같았다.
군에서 처음 접하는 독립영화는 작은 영화관이 주는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져 마치 소극장에서 상연된 한 편의 연극 같았다. 청소년들 중엔 영화감독을 꿈꾸며 단편 영화를 만들어 전주청소년영화제에서 수상한 학생들도 있다. 그들의 작품들을 상영할 수 있는 기반으로 군에서 독립영화제가 개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순창은 고추장보다 더욱 깊은 맛을 내는 판소리의 혼이 깃든 예술의 고장이기도 하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산과 눈꽃에 반해 귀촌한 곳이 예술로 융성하기까지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에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에서 피타고라스(남자 주인공)는 바스테드(여자 주인공)에게 인간이 하는 행위 중 예술이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준다. 아무도 파괴하지 않으면서 자신과 타인에게 감동과 행복감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예술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 때 난해의 극치를 보여주는 초현실주의 작품들이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과 소통을 거부한 작품들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예술가들에게 신랄한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후 주제가 뚜렷하고 소통이 잘 되는 작품들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한다. 이처럼 예술이라는 것도 유행이 있고, 돌고 돌아 발전적으로 회귀하기도 하니 예술가들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을 만들면서 행복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고급 독자들과 관람객들이 많아진 현실에서 통찰 없이 만들어진 작품들이 남발되어 외면당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봄이 오면 좋은 영화, 연극, 책, 음악 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길 바라며, 무엇보다 수많은 창작자들이 순창을 방문하고 싶은 고장으로 기억하고 군민들에게 많은 감동과 삶의 위안을 선사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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