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말/ 가을뻐꾸기소리, 날바다, 바늘잎, 별찌, 웅심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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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말/ 가을뻐꾸기소리, 날바다, 바늘잎, 별찌, 웅심깊다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9.03.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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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재미있는 북녘말(7)

지난해 상영되었던 ‘말모이’는 일제강점기 조선어연구회 사람들의 우리말 수호를 위한 노력들을 보여준 영화다. 살벌한 감시와 억압 속에서도 민족의 얼이 담긴 순수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민족학자들의 노력은 있어 왔고, 광복 후엔 어학 연구에 날개를 달아야 했지만 오늘날까지도 조국 분단으로 인해 어학 연구의 어려움을 격고 있다. 최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인해 잠시 남북 사업이 주춤하고 있지만 작년 수도권, 호남권, 영남권, 충청권 4개 권역별 대화를 시도한 통일협약시민추진위원회를 통한 점진적인 노력과 함께 북한말을 포함한 민족어휘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일은 외부적인 상황과 상관없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조선말대사전에는 남한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은 아름다운 어휘들이 많이 있다. 
‘가을뻐꾸기소리’는 예쁜 어감과는 다른 반전의 의미가 담겨있는 어휘다. 뻐꾸기는 봄에 울지 가을에 울지 않는다는 데서 봄이 아닌 때에 우는 뻐꾸기소리 같다는 뜻으로 믿을 수 없는 헛소문을 형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북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터무니없는 말이나 주장이라는 의미로 이 말을 사용한다. ▷너는 왜 밤낮 가을뻐꾸기 같은 소리만 하니.
북한에서 아늑하게 너른 바다를 가리켜 ‘날바다’라고 표현한다. 또 몹시 세게 부는 바람을 가리켜 ‘날바람’이라고 부른다. ▷바닷가 처녀들은 미역양식을 파도 사나운 날바다에까지 전개하는데 성공했다.
‘바늘잎 나무’는 남한의 침엽수를 일컫는 말이다. 사전에는 이를 “잎이 바늘모양으로 생긴 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반면 활엽수는 ‘넓은잎나무’라고 한다. ▷모란봉에는 소나무 등과 같은 바늘잎나무를 비롯해 180여 종의 20만 그루나 되는 나무들과 꽃, 관목들이 있다.
‘별찌’는 유성, 별똥을 일컫는 말이다. “맑은 밤하늘에 빛줄기를 그리면서 빨리 움직이다가 곧 사라지는 광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운석은 ‘별찌돌’이라고 한다. ▷철수는 다시 도끼를 들어 올리려 할 때 눈앞이 아뜩해지고 별찌(유성)가 가로 세로 나는 것을 보게 됐다.
‘웅심깊다’는 남한 사전에는 없는 말로 “생각이나 사랑 같은 것이 매우 넓고도 깊다. 겉에 잘 드러나지 않거나 또는 나타나지 않다. 무게 있고 경솔하지 않다. 사물이 되바라지지 않고 깊숙하다”로 풀이하고 있다. ▷겨울은 이 엄청나게 크고 웅심깊은 밀림에 등대고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이다.
남한 사전에는 없는 우리말 표현을 통해 북한 사람들의 풍자와 해학, 멋이 넘치는 언어생활의 한 단면을 엿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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