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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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군내버스
  • 강성일 전 순창읍장
  • 승인 2019.04.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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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일(금과 전원) 전 순창읍장

벌써 4월이다 봄기운이 산과 들에 가득하다. 3월초쯤에 매화가 피더니 들꽃들도 쌀알만큼이나 작은 꽃을 피우고 있다. 이 작은 꽃에서 씨앗이 맺히는 지가 궁금할 정도다. 봄을 가장 빠르게 알리는 전령은 농부였다. 2월초 설 명절이 지나고 나니 부지런한 농부들이 밭에 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나이가 드셨고 허리는 굽었지만 밭에 널려있는 비닐도 걷고 퇴비도 내 놓았다. 나는 날씨가 좋을 땐 주변을 걷는데 밭에서 일하는 분들을 보면 먼저 인사드리곤 했다. 그분들은 나를 처음 보니 사는 곳을 물으신다. 새 동네로 이사 온 사람이라고 하면 이해를 하시는 것 같았다. 이곳 생활은 단순하다. 직장 생활할 땐 구성원의 삶을 살았지만 이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살고 있다. 차 운전을 하지 않으니 출타도 줄이고 있다. 급할 땐 집사람 차를 타지만 보통 땐 군내 버스를 이용한다.
나는 버스를 타는 게 편하다. 공간도 넓고 졸리면 자고 생각도 하고 사람 사는 채취도 느낀다. 직장 다닐 때 전주로 교육을 가면 끝날 때쯤 시험을 본다. 시험을 앞둔 토요일에 집에 오면 공부를 해야 하는데 사무실에 나와서 밀린 일을 했다. 그땐 대부분이 그랬다. 저녁에는 동료들과 한잔하면 공부는 땡이다. 대신 월요일 아침에 버스타고 교육원에 등원하면서 차속에서 공부했다.
공부란 게 특별한 게 아니다. 교육원에선 대부분 강사들이 시험 출제할 것을 요점 정리라 해서 미리 강조해 주는데 버스 속에서 그걸 복습하면 시험은 그런대로 볼 수 있었다. 요즘 학생들이 노래들으면서 공부하는 것처럼 차 속의 소음은 별 지장이 없었다. 다만 차가 흔들려서 눈은 조금 아프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퇴직해서 광주 있을 때도 집에만 있기가 무료하면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버스는 나에겐 휴식과 충전의 공간이기도 하다. 도시의 시내버스와 농촌의 군내버스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군내버스는 탑승객 대부분이 나이 드신 분들이다. 학생들이 가끔 타기도 하는데 애들을 보면 귀엽고 반가울 정도다.
금과면 아미마을에서 읍까진 10km가 안되지만 20분~30분 정도 소요된다. 타는 분들의 연세가 있으니 탈 때도 내릴 때도 시간이 걸린다. 버스 계단도 힘들게 올라오시고, 좌석까지 가는 데도 한참 걸린다. 운전기사께서는 승객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출발한다. 도시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차속에서는 서로 안부도 묻고 정보도 교환한다. 병원과 농사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설 대목장 때는 타는 사람이 많아 자리가 부족하니 스스럼없이 바닥에 앉아서 손으로는 뭔가를 하셨다. 어느 날은 승강장에서 차를 타려는 아주머니가 운전기사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사님! 아직 사람이 덜 왔으니 쬐께만 지달려 주시면 고맙겠는디요~) 아마 시장에 같이 가기로 약속한 동네분이 미처 안와서 그런 것 같았다. 버스는 갈 수 밖에 없었다.
군내버스 이용에 불편한건 없다 터미널 대합실 의자는 탄소 발열 소재로 되어 있어 항상 따뜻하다. 화장실도 깨끗하다. 그리고 시장 날에는 군내버스가 장터까지 가서 승객들을 태운다. 시장에서 터미널 까지는 1km 정도지만 군민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현직에 있을 땐 과잉 친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 보니 승객 대부분이 나이 드신 분들 이어서 잘 한일이라 생각 된다. 군민들이 군내버스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건 지방자치가 되어 군청과 의회가 그만큼 애쓴 결과 일거다! 지방 행정은 생활행정이고 현장에 답이 있음을 실감한다. 버스에서 내릴 때 노인들의 앓는 소리가 귀에 남는다. “아이고~~삭신아~~이놈의 물팍(무릎)~~” 구부러진 몸을 간신히 일으킨다. 저분들도 한때는 파릇한 청춘이었는데 그 많은 일에 뼛골이 녹아 이젠 한 몸 간수도 힘들게 되었다! 그 희생에 우리가 이만큼 산다. 시간은 기어가고 세월은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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