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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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껍데기는 가라
  • 오은미 전 도의원
  • 승인 2019.04.0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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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미 전 전북도의원

껍데기는 가라. /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 껍데기는 가라. //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것까지 내 논 / 아사달과 아사녀가 /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 부끄럼 빛내며 / 맞절할지니. // 껍데기는 가라. /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4월이면 애창되고 있고, 교과서에도 나오는 저항시인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이다.
동학에서 통일까지 불의와 부정부패, 독재 체제를 거부하며 허위와 겉치레가 아닌 순수와 순결함, 자유, 정의, 민주에 대한 강한 신념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를 노래한 후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과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4월은 제주 4.3 항쟁, 4.19 혁명, 4.16 세월호 참사 등 해마다 어김없이 다가오는 아프고 잔인한 달이 되었다.
어제가 4.3 제주민중항쟁 71주년이었다. 서북청년단의 횡포를 저지하고 단독선거, 단독정부를 막아 해방된 조국의 분단을 막기 위해 떨쳐 일어난 제주도민들을 향해 우리 군대와 우리 경찰은 인천항으로 진주한 미 점령군 준장의 지휘하래 무차별 살육을 감행했다. 1954년까지 고립의 섬에서 외롭게 싸운 애국 제주도민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우리 민족 현대사의 비극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지금도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해방조국의 항쟁은 계속되어야 할 이유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좌익 폭동 운운하며 빨간색 칠하기에 혈안이 되어 제주도민들과 유족들에게 또다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고 있는 패륜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또한, 5주기가 되는 세월호 참사도 진실 규명은 여전히 되지 않고 진실공방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5주기가 되도록 참사의 진실을 밝힐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진실을 감추고자 하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고 그 세력이 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은 물론 오랜 세월 숨죽여 살아오며 개인과 가정, 조직이  파탄지경이 된 수많은 분들의 명예회복이 시급하다.
시대정신과 진실규명, 책임자 처벌은 뒤로 한 채 겉치레만 요란한 기념식 따위로는 역사를 마주할 수 없다. 그 대가로 온갖 껍데기들이 인면수심의 난동과 발악을 부리는 현실과 마주하며 수난과 조롱, 정신적 학살을 당하고 있지 않은가? 봄은 왔으되 한기가 여전하고 시대가 바뀌었으되 살기가 기세등등한 끔찍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해마다 해결되지 않은 역사들을 끄집어내어 아파하고 다시 상처받고 있으며 촛불정권이라 일컬어지는 현 정부에서까지 불의와 부정부패, 단죄·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맞서 저항과 거부의 몸부림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요원한 현실이 더 절망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4월에서 5월로 이어지는 혁명의 계절에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인지 돌아보고 갈 일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한다. 선진국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했지만 남의 나라 일로 느껴질 뿐이다. 1인당 가계 소득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 소득을 포함하게 되다보니, 즉 가계가 돈을 벌지 못해도 기업이 쌓아둔 돈까지 국민소득으로 잡히다보니 나라와 기업은 돈을 벌어도 국민은 가난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청렴도 지수인 부패인식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꼴찌다.
청산되지 않은 역사, 피해 국민들은 늘어 가는데 책임자 처벌 없는 규명되지 않은 진실, 점점 가난해지는 대한민국 국민… 역사와 내가 따로 아니고 한 몸이요 공동운명체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견디고서라도 오래된 피고름을 짜내지 않으면 아픔과 가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기에 껍데기는 불구덩이로 집어넣고 알맹이진 역사를 이루기 위해 똑바로 보고 행동해야 할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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