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의 날 ‘옥천줄다리기’ 준비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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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의 날 ‘옥천줄다리기’ 준비하는 사람들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9.04.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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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지키며 ‘고’ 만드는 손길

벚꽃 만개한 경천에서 바라보는 군청 앞뜰이 웅성웅성 바쁘다. 오는 19일, 제57회 순창군민의 날을 앞두고 ‘옥천줄다리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30년이 넘도록 줄을 만들어온 숙련 기술자와, 서툴지만 전통을 배우고 보존하는 소중한 손길들이 모여 군민의 날 축제의 꽃 ‘옥천줄다리기’를 재현해냈다. 지난 12일 군청 잔디 뜰에서 고싸움 ‘고’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났다.
순창문화원(원장 최길석) 회원과 상근예비역 10여명이 만드는 ‘고’는 2년 마다 열리는 ‘순창군민의 날’ 행사의 꽃 ‘옥천줄다리기’ 행사에 쓰인다. 짚으로 새끼를 꼬아 암수의 고를 튼튼하게 만든 뒤 두터운 줄을 만들어간다. 짚만 사용하면 약하기 때문에 굵은 밧줄(동바)을 속에 넣어 강하게 만든다. 2미터(m)마다 사람들이 줄을 잡을 수 있도록 날개를 빼준다.
약 열흘 동안 문화원 회원 박병선(73ㆍ순창읍 남계), 김문소(62ㆍ순창읍 순화), 윤일식(60ㆍ적성 점촌), 한태상(59ㆍ순창읍 복실), 고경철(53ㆍ순창읍 교성) 씨 등과 박재순 사무국장, 상근예비역들은 튼튼한 고를 만들어 사고 없는 줄다리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병선 씨는 “이 줄을 만든 지 30년이 넘었다. 그때는 손으로 새끼 꽈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개발한 기계로 새끼를 꼬아 만들고 있다. 힘은 들어도 보람은 있다”며 “해마다 하는 전통문화 재현 행사라면 문화재 전수하는 것처럼 줄 만드는 기술을 내가 배웠던 것처럼 가르쳐주고 싶은데 2년 마다 한 번씩 하니 쉽지 않다. 먼지 써가면서 안 배우려고 한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멋지게 만들어진 고를 보면 자부심이 크다”는 윤일식 씨는 “상근예비역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이들의 도움이 없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라고 칭찬했다. 공정진 예비군중대장(동계ㆍ적성ㆍ풍산ㆍ유등면)은 “봉사활동을 자주 다니는데 집 치워주는 일이나 빈집 청소 일보다 이 일이 뿌듯한 마음은 더 크다. 우리 병사들도 일 할 때 표정이 좋다”고 말했다. 임성빈(22) 이등병은 “쉬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는 힘이 들어간다. 지역 어르신들과 유대감도 생기고 지역에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광수(22)ㆍ김관우(24) 상병도 묵묵히 일을 도왔다. “힘들지만 지역문화축제에 도움이 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는 신광수 상병의 속사포 같은 소감에 김관우 상병은 “준비해왔냐”고 말해 웃음을 주었다.
이렇게 만든 고와 줄은 줄다리기가 끝난 뒤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새끼줄은 삭아서 못 쓰고 밧줄만 재사용하는데 20년 정도 쓰다 보니 낡아서 새로 장만해야 한다고 한다. 김문소 씨는 “이 줄이 배(선박)를 매는 끈이다. 고를 만들 때 튼튼하게 하기 위해 동바(밧줄)를 넣는데 오래 쓰다 보니 이렇게 닳아서 끊어진다. 새로 장만하고 싶지만 1000만원이상 든다. 새끼도 260타래 정도 드는데 타래 당 8000원 하던 것이 지금은 2만2500원 한다.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쉼 없이 손을 움직이던 사람들은 “옛날에는 한 고당 60미터가 넘는 길이였는데 인구가 줄면서 줄 길이를 33.3미터로 줄였다. 왜 33.3미터냐면 인구 3만, 300만 관광객 유치, 예산 3000억을 기원하는 의미였다. 앞으로는 인구 5만, 500만 관광객, 5000억 예산을 바라며 55.5미터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고싸움으로 불리는 옥천줄다리기는 음력 정월 대보름날 순창읍에서 하던 놀이다. 3ㆍ1운동 이후에 일제에 의해 중단되었다가 1985년 제23회 군민의 날부터 재현했다. 지금은 줄 만들기에 일주일에서 열흘, 줄다리기도 하루에 끝이 나지만 예전에는 며칠 동안 줄다리기가 이어졌다고 한다.
현재 남계리인 ‘하전리’와 순화리인 ‘은행정리’로 나눠 힘겨루기를 하는데 암수의 고에 비녀목이라고 하는 통나무를 꽂고 양편에서 줄을 당긴다. 이긴 쪽이 줄을 차지하게 되고 다시 또 다음 날 줄을 더 키워 만들고는 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면 읍내 전체의 장정이 나서서 약 1킬로미터(km)의 줄을 들고 농악 소리 가득한 가운데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고 한다.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의 손으로 만든 줄로 오는 19일 오후 4시부터 옥천줄다리기 행진이 열린다. 학생, 군인, 문화원 회원 등 500여명이 줄을 들고 군청을 출발하여 일품공원까지 간다. 5시 20분부터는 옥천줄다리기 재현행사가 열린다. 바로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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