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도 ‘조진갑’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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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도 ‘조진갑’ 필요하다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9.04.2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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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방송(MBC)에서 방영하고 있는 ‘특별근로감독과 조장풍’이라는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권선징악을 큰 틀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갑질 악덕 사업주 등을 응징하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와 관련된 기사의 댓글에는 ‘통쾌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우리는 요 몇 년 사이 드라마일거라고만 생각했던 재벌이나 기업 사주 등의 다양한 갑질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 갑질에 대한 응징이 대다수 국민이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 보도된 순정축협 조합장 갑질 논란과 관련해 누군가는 다른 이와 비교하며 “이건 갑질도 아니”라며 조합장을 ‘비호’ 했다. 상당히 언짢았다.
갑질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갑질이냐 아니냐를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인격을 무시하고 이를 짓밟는 행위는 경중을 따질 것이 없다. 그럼에도 이를 비호한다는 것은 기자의 가치관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사건에서 비호 받아야 할 사람은 해당 행위를 당한 직원들이다. 실제로 조합장의 해명처럼 오해였다 하더라도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 것은 조합장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극중 ‘조진갑(조장풍)’은 괴롭힘 당하는 학생을 감싸다 폭력사건에 휘말려 교사직을 잃고, 폐인처럼 지내다 이혼까지 당한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 공무원이 되고 그 후에는 복지부동 자세로 업무에 임하지만 타고난 천성인지 찾아오는 민원인의 사정을 듣고 결국 불의에 맞서게 된다. 그리고 학생시절 자신들의 편에서 맞서 싸워주다 해고당한 은사에게 빚을 갚겠다며 제자들이 그를 ‘비호’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드러난 다양한 갑질 사건이 이 드라마처럼 피해자가 보호받고 가해자는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았다면 이 드라마는 시청자로부터 그리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현실이 드라마와 판이하게 다르다고 느끼기에 우리는 이 드라마로부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기자는 이 드라마가 사람들로부터 주목받지 못하고, 인기가 없어 제작되지 못하길 바란다. ‘조진갑’이라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이익을 따지지 않고 약자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가 많은 세상이 되어야 한다. 거대한 돈과 권력을 가진 ‘갑’들보다 늘 부당한 일을 당하면서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많은 ‘을’들을 비호하는 이가 넘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용기를 내야하고, 그런 용기 있는 개인들이 뭉쳐 큰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쉽지도 간단하지도 않은 일이다. 쉽게 이뤄질 일이라면 발생하지도 않았을 일들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역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작은 용기를 내야 한다.
7년 동안 취재를 다니고 기사를 썼다. 최근 7년을 돌아보니 메아리 없는 외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의미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용기를 내야 한다고 말하면서 기자 스스로는 용기를 못내는 것 같아 부끄러움이 앞선다.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지역에 많은 ‘조진갑’이 생겨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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