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기간 ‘만’ 도서관 연장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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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기간 ‘만’ 도서관 연장 운영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9.04.2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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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교육청 순창도서관은 중간고사 기간(4. 23. ~ 5. 2.) 중·고등학생의 학습 편의를 위해 4층 열람실을 오후 9시에서 2시간 연장한 오후 11시(주말 오후 6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평소에는 평일 오후 9시, 주말 오후 6시까지 이용 가능한 도서관 열람실을 연장 운영한다고 생색(?)내듯 뿌린 보도자료 내용이다. 도서관은 “올해도 이어지는 시험 기간 열람실 연장 운영은 하교 후 늦은 시간까지 공부할 장소가 필요한 학생 등이 큰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되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부모와 동행할 수 있는 귀가 지도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여 알렸다.

중ㆍ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를 치르는 4월 말과 5월 초는 중간고사 대비기간이라 불린다. 중ㆍ고 학생이 있는 대개의 가정은 이 기간은 비상이다. 중학교 때부터 4월이 되면 1학기 중간고사를 치른다. 초등학생은 ‘잘함’, ‘보통’, ‘노력’이 표기된 정성평가성적표를 받지만, 중학생은 5등급(A~E) 절대평가이고, 고등학생은 1등급부터 9등급으로 서열이 나뉘는 상대평가다. 고등학교 내신 1등급은 4%, 2등급은 11%, 3등급은 23% 안에 들어야 한다. 3등급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노려볼 수 있는 ‘마지노선’이란다.

중간고사를 앞두면 학원들도 비상이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앞두고 시험 대비 수업을 한다. 학교 성적이 대학입시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학원 선택 결정권을 가진 학부모, 특히 어머니들에게 잘 먹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개의 학원은 이 기간에 숙제를 많이 내주고 학원에 머무는 시간도 늘린다. 이런 상황이 되면 아이들은 학교 수업도, 학원 숙제도 못 해 발만 동동 구른다. 물론 모두 잘 챙기고 높은 성적을 받아내는 소수 학생도 있다. 하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암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학부모들은 공교육만으로 대학진학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수용한 지 오래다. 고등학생들은 3년 동안 상대평가 지필 시험을 20차례 이상 치른다. 중간ㆍ기말고사 3년간 12번, 내신성적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수능 대비 전국 모의고사(교육청 주관)도 12번, 고3 때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모의고사도 치른다. 학생과 부모들은 석차가 적힌 성적표를 보며 현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이런 학부모들의 불안을 먹고 크는 곳이 내신 대비 학원이다. 도시에는 ‘○○고 내신 완벽 대비 □□학원’ 현수막이 나부낀다. 순창에는 ‘옥천인재숙 대비반’ 현수막이 있다.

정부가 대입에서 수시를 늘려온 주된 이유는 사교육을 잡기 위해서였다. 교과서를 기반으로 한 시험(내신)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면, 사교육 없이 학교 수업만으로도 대입 준비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수시 비중이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신 사교육 시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도시와 달리 농촌에서는 대입 내신을 관리해줄 입시학원의 존립(영업)이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학부모들의 불안(?)을 달래며 생긴 것이 ‘옥천인재숙’이다. 사실상 자치단체가 설립한 국내 최초의 기숙형 ‘내신 대비 선행학습 학원’이다.

인생에는 다양한 길이 있는데 요즘 학생들 앞에는 ‘수시’와 ‘정시’, 단 두 길만 보인다. ‘교육청 도서관’조차도 시험 기간만 연장 운영하는 지역 현실에서 학생들이 발붙일 곳은 어디인가? 온종일 불 밝히고 때 마쳐 간식 주고 시간 정해 선행학습 돕는 기관에 들어가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맘 편히 책 볼 곳은 있어야 한다. ‘교육청 도서관’이라는 명칭이 부끄럽지 않도록, 이용자 핑계, 예산 타령보다 공교육기관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군은 군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175명에게 200만원씩 3억5000만원을 지급했단다. 고등학교 졸업생은 약 250여명인데 175명만 지원했다. 이제 “어느 대학교에 다녔는지를 두고 사람을 판단”하던 기준을 버려야 한다. 모든 학생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소수 학생을 위한 처방으로 ‘백년대계’를 이룰 수 있을까? 교육청 도서관은 왜 시험 기간에만 연장 운영하고, 군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은 왜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는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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