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국어 남용하는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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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외국어 남용하는 보도자료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19.04.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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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책, 복지 서비스 개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우리말’ 사용해야

우리말 어휘는 어원을 기준으로 할 때 순수한 고유어와 한자어, 외래어의 3중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말은 감각적인 고유어에 한자어, 외래어까지 사용하다 보니 어휘 수가 많아 정서와 생각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외래어와 외국어의 혼동이다. 외래어는 본래 외국어에서 온 말이지만 오랜 기간 쓰이며 우리말의 한 종류가 된 어휘들을 말한다. 하지만 외국어는 우리말이 아니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다른 나라의 언어 자체를 말한다.
외래어와 외국어는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의 여부로 구별된다. 예를 들어 ‘컴퓨터’라는 어휘는 대체할 만한 낱말이 없어 외래어지만, ‘care(케어)’라는 어휘는 ‘돌봄, 보살핌’과 같은 말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어이다.
2013년에 제정된 국어기본법에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제14조 1항)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소속 공무원 중에서 지정하여야 한다.”(제10조 제1항) 규정하고, 2017년 9월 22일부터 국어책임관의 지정이 의무화되었다. 그런데 군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국어기본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중에서도 심각한 것은 외국어 남용이다. 갈음하여 쓸 우리말이 있음에도 보도자료에 단골로 등장한 용어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리모델링(새 단장), 모니터링(점검, 의견 제출), 바우처(이용권), 시스템(체계, 체제), 인센티브(특전), 인프라(사회간접자본), 커뮤니티(지역사회), 케어(돌봄, 보살핌), 컨설팅(상담), 프로그램(과목, 교육), 프로젝트(연구과제), 힐링(치유)’ 등과 같이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데도 외국어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적기만 하는 1외국어 남용이 심각하다.
보도자료 중 4월12일 버스킹 공연(길거리 공연), 3월29일 슈퍼바이저(감독관, 관리자), 2월25일자의 골드쿡, 미니메드 스쿨은 심하지 않은가? 한술 더 떠서 4월11일 ‘MBTI 활용’, 3월13일 ‘생활 SOC 공공시설’, 3월7일 ‘FAX’는 외국어 낱말을 그대로 적는 데까지 나갔다.
국제화 시대에 외국어, 특히 영어 능력은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 조기 영어 교육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외국어 학습을 열심히 하는 것과 일상생활에서 외국어를 남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일상생활에서 외국어를 남용하지 않더라도 외국어는 충분히 잘할 수 있다.
물론 학계와 산업계에서 영어 용어를 자꾸 수입하다 보니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생기게 될 수도 있다. 각종 전문용어들이 아무런 순화과정 없이 외국어로 사용되면 국어책임관들은 속수무책일 수도 있다. 그래서 국어책임관 한 명에게만 부담을 지울 것이 아니라 공무원 전체가 모두 바른 언어를 사용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행정기관의 보도자료 등에 쓰인 외국어는 빠르게 전파돼 영향력이 크다. 한 번 널리 쓰이기 시작한 어려운 말을, 뒤늦게 우리말로 고쳐 쓰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행정기관 보도자료에는 보건ㆍ복지ㆍ고용 정책 등 사회적 약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저학력ㆍ저소득ㆍ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를 남용하는 것은 이들을 언어적으로 차별하여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마저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정책이나 복지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보도자료라는 공식 문서부터 쉬운 우리말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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