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견폐요(桀犬吠堯), 주인이 아니면 짖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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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견폐요(桀犬吠堯), 주인이 아니면 짖어대
  • 정문섭
  • 승인 2019.05.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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桀(하나라 왕 이름 걸), 犬(개 견), 吠(짖을 폐), 堯(요임금 요)

《사기》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과 노중련·추양열전(魯仲連·鄒陽列傳)에  나온다. 걸왕(桀王)의 개(도척의 개)는 요(堯)임금을 보고도 짖는다.

강원도 S군(郡)에 살던 Y는 첩의 아들이었다. 동네 부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본처가 아이를 갖지 못하므로 첩을 들였다. 본처는 매우 까칠하고 악독하여 첩이 Y를 낳자마자 젖을 물리는 때 외에는 자기 방 밖을 나가지 못하게 하며 애지중지하였다. 첩을 엄청 구박하여 부엌일과 논밭에 나가 죽도록 일만 하게 하였다.
아둔한 Y는 어릴 적부터 본처(큰 어머니)가 친모인 줄 알고 자랐으며  자기 친모가 식모인 줄만 알고 막 대하였다. 친모가 과로로 병이 들고 화병이 겹쳐 돌아가시게 되었으나 그의 아버지는 Y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다. 몇 년 후 아버지가 작고하고 그 이듬해 큰어머니가 죽게 되었을 때 조문하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서야 자기의 불효를 알아 차렸다.
그는 분수를 모르고 무슨 사업을 한답시고 그 많던 아버지 재산을 다 말아 먹었다. 급기야 동생들 몫까지 팔아치워 의절을 당하더니 신용불량자가 되어 채권자에 쫓겨 고향에 숨어살고 있다.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자식의 결혼식장에도 가보지 못하는 딱한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Y는 사악한 본처(큰어머니)의 말만 믿고 따르며 친모를 학대까지 하고, 더욱이 친모인줄 알고서도 ‘어머니’라 부르지 않은 정말이지 ‘걸견폐요’한 패륜아 불효자가 되었던 것이다.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놓고 다투던 때, 유방이 항우 밑에서 푸대접을 받던 한신(韓信)을 대장군으로 등용하였다. 한신이 항우를 쳐 큰 공을 세우니 유방이 한신을 제나라 왕으로 봉하였다. 이때 항우가 무섭(武涉)을 보내 ‘천하삼분(天下三分)’을 제의하며 한신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했다.
그러나 한신이 이를 거절하여 보냈다. 이를 본 책사 괴통(蒯通)이 얼마 후 관상을 볼 줄 안다며 이렇게 권유하였다.  
“대왕의 관상을 보니 봉후(封侯)에 머무르나 등을 보니 참으로 존귀합니다. 무섭이 말한 대로 이제 남쪽 항우와 서쪽 유방의 승패가 대왕의 향배에 달리게 되었습니다. 이 기회에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동쪽을 차지하고 대세를 관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한신이 며칠을 두고 고민하다가 괴통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천하를 통일한 유방은 결국 한신의 힘을 줄이기 위해 초왕으로 봉하고 얼마 후 역적의 누명을 씌워 죽이려다가 회음후로 작위를 깎았다. 뒤늦게 한신이 진희(陳豨)와 더불어 반역을 꾀하였다. 유방이 진희를 치러간 사이 유방의 부인 여후(呂后)가 위계를 써 한신을 잡아들였다. 
“내가 괴통의 꾀를 듣지 않은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결국 아녀자의 속임수에 넘어갔으니 어찌 천명이 아니겠는가.”
한신이 후회하며 이렇게 말하고는 참수형을 받았다. 진희의 모반을 평정하고 돌아온 유방이 괴통을 잡아들였다.
“네가 회음후에게 모반하라고 시켰느냐?”
“그렇소. 그 철부지가 내 말을 듣지 않아 스스로 망친 것이오. 내 말을 들었더라면 폐하가 어찌 한신을 죽일 수 있었겠소.”
“이놈을 당장 기름 가마에 넣어라.”
“참으로 슬프고 원통하다. 내가 삶겨 죽다니.“
“네 놈이 한신에게 모반하라 해놓고 뭐가 원통하다고 그러느냐?”
“진(秦)나라가 망한 것은 마치 사슴 한 마리를 잃은 것과 같았습니다. 천하 사람들이 다 이를 쫓고 있었으니 재주가 높고 발 빠른 사람이 먼저 얻게 마련이었습니다. 도척(盜跖)의 개가 요(堯)를 보고 짖는 것(跖之狗吠堯)은 요가 어질지 않아서가 아니라 개는 그 주인이 아니면 짖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은 그 당시 한신만 알았을 뿐 폐하는 알지도 못했습니다. 또한 천하에는 무기를 날카롭게 해서 폐하가 하신 일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 수없이 많았습니다만 그들은 능력이 부족했을 뿐입니다. 사실이 이러할진대 그들을 다 삶아 죽일 수 있겠습니까?”
화가 치밀었던 유방이 괴통의 말에 수긍하고 그를 풀어주었다.

걸은 중국 최초의 왕조 하(夏)나라의 마지막 왕으로 은(殷)나라의 주(紂)와 더불어 폭군, 도척은 포악한 도적의 대명사였다. 허유는 요임금의 양위를 사양한 사람으로 성인의 대열에 오른 사람이었다. 이 성어는 ‘개들이 그 주인에게 충성하는 것만 알지 그 외의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듯이 인간도 상대방이 누구든 관계없이 자기가 섬기는 주인에게만 충성을 다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이어서 주인이 포악하면 그를 따르는 사람이나 동물도 덩달아 사나워진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보이는∼ 자기의 이익과 안일만을 위해 국민과 나라를 기망(欺罔)하고 있는 일부 정치인과 판ㆍ검사들, 이 성어에 나오는 ‘개’와 뭐가 다르다고 하겠는가.

- 정문섭(· 적성 고원출신 
               · 육군사관학교 31기
               · 중국농업대 박사
               ·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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