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민과 함께한 전교조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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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군민과 함께한 전교조 30년
  • 양상춘 교사
  • 승인 2019.05.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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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춘 순창고등학교 교사

1989년 5월 28일 ‘참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창립 30돌을 맞았다. 36년 동안의 교단생활 중 30년을 전교조교사로 활동한 나로서는 전교조가 겪은 숱한 우여곡절을 생각하며 특별한 감회를 느낀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 우여곡절에는 비합법, 합법, 그리고 법외노조의 법적인 지위 변화에 따른 실망과 분노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전교조교사로서 부딪치고 이겨내고 성취하며 느낀 보람과 감동도 포함된다.
전교조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87년 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각성한 소수의 교사들이 디딤돌을 놓았지만, ‘교사가 왜 노동자(로 전락해야 하느)냐’라는 다수 교사들의 자기정체성 혼란, 정권과 교육관료들의 악의적 전교조 갈라치기, 끝내는 1500여명의 교사들이 해직당하기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학교에서 ‘한겨레신문’을 보는 것만으로도 빨갱이 교사라는 말을 듣고 입시교육의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교육활동을 하면 그것을 의식화교육이라 하면서 교사들을 탄압했다. 그러나 전교조교사들은 매를 맞으면서 더 강해지고 조직은 더 확장되었다.
그렇게 교사들의 깨우침과 외침으로 전교조가 시작했지만 전교조 30년은 교사들만의 역사는 아니다. 전교조는 교사의 본업인 교육활동의 형식과 내용에 획기적 변화를 주었던 것은 물론이고 87년 6월 항쟁 이후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 따라서 민주화운동에 동참한 모든 주체와 동지적 관계를 형성했고 그 관계 속에서 전교조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
순창에서는 순창농고(순창제일고) 이재권 선생님의 해직과 함께 전교조 깃발을 내세웠는데 전교조보다 더 먼저 우리지역에서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선도했던 순창군농민회 동지들이 함께 깃대를 잡아주었다. 그들은 사무실 한 공간을 전교조 사무실로 내주었는가하면 해직교사가 남편인 구림중학교 김복규선생님 부당발령 투쟁에 아낌없이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전교조 역사 굽이굽이 험한 물결 건너는데 농민회 동지들은 그 투박한 손 내밀며 어깨동무 해주었다.
바른교육을 위한 순창군민모임, 순창군 어린이날 큰잔치, 순창군 청소년 문화제, 순창 교육희망네트워크 등 다양한 교육관련 활동과 행사도 전교조가 중심이 되긴 했지만 학부모와 지역주민의 지지와 후원, 그리고 연대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5월 따가운 햇살 아래 학교운동장 먼지를 마다하지 않고 어린이날큰잔치 행사도우미 역할을 해주신 어머니들이 있었고, 행사경비를 위한 성금모금에 선뜻 지갑을 열어주신 지역주민들도 있었다. 또한 전교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행사에 기꺼이 참여해주신 지역 어르신들도 큰 힘이 되었다. 얼룩진 전교조 30년 역사에 그나마 아름다운 페이지를 장식해준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아직도 ‘교사가 왜 노동자냐?’라는 공허한 질문을 던지며 이념을 덧씌워 전교조를 싫어하고 반대하는 분들도 있다. 교육과 사회를 바라보는 철학적 차이와 다름을 그들은 불편해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교육현장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다. 현재의 아이들이 과거를 배우며 미래로 나가는 곳이다. 미래를 꿈꾸고 설계하는 아이들을 과거의 틀에 옭아맬 수도 없고 전통적 가치와 기존의 축적된 지식을 무시하고 마냥 앞으로 나아가라고도 하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가 내용에 따라 비중을 달리하거나 조합하며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리고 전교조교사라고해서 지켜야할 보수적 가치를 함부로 내팽개치지 않는다, 단지 무비판적 체제순응을 싫어하고 교육에 대한 열정이 뜨거워 조금 도드라져 보일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전교조의 한계를 아쉬워하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좀 더 깊이 있고 전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참교육을 위해 투쟁하고 실천하며 이제 정년을 몇 개월 앞둔 나에게도 사실 아쉬움은 있다. 나의 부족함이고 게으름 탓일 거다. 부끄럽지만 후배들이 내가 하지 못한 아쉬운 부분을 채워 줄 것으로 기대할 뿐이다. 아울러 전교조가 더욱 올곧고 우리교육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학부모와 주민들의 변함없는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참교육은 전교조교사만의 몫이 아니고 지역민 모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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