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전무퇴’ 군수 다툼…‘불화군’된 화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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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전무퇴’ 군수 다툼…‘불화군’된 화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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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3.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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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임씨 부부, 전씨 형제 선거마다 고소 · 고발
두 집안 당선무효에 구속까지  ‘10년 악연’
4월 재선거 또 출마… 군민들 “남부끄러워서”

“화순에서 왔다그라믄, 놀려대는 통에 얼굴 들고 다닐 수가 없단께요.”

“찍어준 우리도 잘못이지만 임씨, 전씨 그 사람들, 정말 염치도 없는 사람들이랑께.”

인구 6만900여명의 전남 화순군 주민들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다음달 27일 치러지는 화순군수 재선거 때문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뽑아놓은 군수가 선거과정에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군수직을 잃으면서 다시 선거를 해야 할 처지다. 화순 군민들은 10년 새 재·보선을 3번이나 치르게 됐다.

“선거 얘기 좀 하지 마시오. 남편군수, 부인군수, 형님군수, 동생군수가 뭡니까. 또 나온다는디? 어쩌까이~”

주민들은 “답답하고 억울하고 부끄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임전무퇴(林全無退)’ = 임씨와 전씨 집안 간 대결은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화순탄광 노조위원장 출신인 임호경씨(59)가 군수에 당선되면서 그 씨앗이 뿌려졌다. 당시 임 군수는 취임 한달도 안 돼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이듬해 6월 치러진 재선거에 임씨의 부인 이영남씨(55)가 당선되면서 ‘부부군수’가 탄생했다.

그러나 이씨가 2006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전형준씨(55)에게 고배를 마시면서 악연이 시작됐다. 하지만 전씨도 얼마가지 못하고 구속되면서 취임 80일 만에 사퇴했다. 뒤를 이은 군수는 동생 완준씨(55)였다. ‘형제군수’가 탄생한 것.

‘동생군수’는 지난해 6월 그동안 ‘군수’를 호시탐탐 노려온 임 전 군수와 맞붙었다. 두 집안의 두 번째 대결.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고소·고발이 난무하면서 ‘동생군수’가 구속됐다.

전완준씨는 옥중출마로 재선에 성공했으나 지난달 24일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돼 자리를 잃었다. 반면 임 전 군수는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재선거에 나갈 수 있게 됐다. 현재 임 전 군수는 출마의사를 분명히 밝힌 상태다.

전씨 집안에선 ‘형님군수’가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광복절에 사면복권된 후, “군민에게 어떻게 보답할지 고민 중”이라는 말로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다만 ‘동생군수’ 재선을 돕다가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변수다.

그러나 화순군 정가에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여동생’이나 ‘부인’을 대타로 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가히 ‘임전무퇴(林全無退)’다.

◇ 무력감 토로하는 ‘민심’ = 주민들은 두 집안 간 ‘군수 다툼’에 무력감을 토로했다.

도암면 용강마을 앞 감나무밭에서 가지치기를 하던 농민 3명에게 소감을 물었다.

박모씨(72)는 “이번에는 두 집안사람이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모씨(56)는 “현실적으로 그들을 못나오게 하는 방법이 없어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화순읍 식당가 주인들의 불만도 거셌다.

김모씨(48)는 “선거 전후로 2~3개월 동안은 모든 출마자들이 서로 흠 잡히지 않으려고, 광주로 나가 모임을 갖는다”면서 “선거가 너무 잦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화순군청 공무원들도 벌써부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10년간 어쩔 수 없이 ‘줄서기’를 하느라 온갖 피해를 받아온 설움이 묻어났다.

50대 직원 박모씨는 “그동안 직원들끼리도 갈기갈기 찢겨져 서로 반목하느라 군정이 제대로 꾸려지지 않았다”면서 “공무원들의 체통이 땅에 떨어져 도대체 말발이 서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지역정가에서는 민주당을 나무라는 목소리도 높다.

출처 : 경향신문 배명재 기자 201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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