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에 물 잡으면 농사 다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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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에 물 잡으면 농사 다 짓는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9.06.0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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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기온 30℃를 오르내리는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7일은 음력 5월 5일, 단오(端午)다. 단오의 단(端)은 첫 번째를 의미하고 오(午)는 다섯을 의미하는 오(五)의 뜻으로 통하니 초하루부터 헤아려 다섯째 되는 날을 말한다. 달과 날이 모두 5가 겹쳐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로 꼽힌다. 조상들은 홀수가 두 번 겹치는 때를 양기가 넘치는 날로 여겼다. 특히 단옷날은 일 년 중 양(陽)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날로 여겨 큰 명절로 삼았다. 정월 대보름이 달의 축제라면 단오는 태양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단다.

단오는 설날, 한식, 추석과 함께 4대 명절 중의 하나다. 천중절(天中節), 중오절(重五節), 오월절(五月節), 술의(戌衣)라고도 하고 우리말로는 ‘수릿날’이라고도 한다. 조상들은 산속에서 나는 수리취 잎을 뜯어 떡을 만들어 먹고, 쑥과 익모초를 뜯어 말려두었다가 약으로 썼는데, 특히 오시(午時)에 뜯은 쑥이 약효가 좋다고 전해진다.

음양 사상에서는 홀수를 양(陽)의 수, 짝수를 음(陰)의 수라 했고 양의 수를 상서로운 수로 여겼다. 그래서 양수가 겹치는 날인 3월 3일(삼짇날ㆍ重三), 5월 5일(단오), 7월 7일(칠석, 七夕), 9월 9일(귈일, 重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조상들은 이런 날이면 어떤 일을 해도 탈이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단옷날은 농경시대의 유산으로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날이다. ‘하늘에 제사하고 밤새워 즐긴다’라는 공동체 신앙을 바탕으로 성장한 우리 민족의 계절제다. 단옷날에는 향이 강한 창포, 쑥잎, 약초 등을 통해서 악귀와 병마를 방지하는 풍습이 있다. 여자들은 특별히 치장하였는데 이를 단오장(端午粧)이라 한다. 단오장은 창포를 넣어 삶은 물로 머리를 감는 것에서 시작한다. 창포물로 머리를 감으면 창포의 특이한 향기가 나쁜 귀신을 쫓고 벌레의 접근을 막아 정신을 맑게 하고, 머리에 윤기가 나고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단옷날, 남자들은 씨름하고 여자들은 그네 뛰며 놀았다. 씨름은 여러 명절에 행한 우리 민족의 전통 놀이다. 그중 단오 씨름이 으뜸인 이유는 가장 양기(陽氣)가 왕성한 날에 행해지기 때문이다. ‘춘향’이 ‘몽룡’을 만나는 날이 단옷날이다. 그네 뛰던 춘향을 보고 몽룡이 찾아갔다. ‘신윤복’의 풍속화 ‘단오풍정(端午風情)’ 속 비단옷 입고 그네를 타는 기녀의 모습에서도 당시 여인들의 세시풍속을 알 수 있다.

조상들은 파종이 끝난 5월이면 신에게 제사하고 가무와 음주로 밤낮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단오 무렵은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로 시원한 바람이 그리워진다. 조상들은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부채를 사용했고, 속담에 ‘단오부채(端午扇)는 관원이 아전에게 나누어주고 동짓날 달력은 아전이 관원에게 바친다’고 전해진다. 조선 시대 임금은 여름이 시작되면 신하에게 단오부채를 선사했단다. 요즘은 바람나오는 기계(냉방기)가 있어 챙길 필요도 없지만…

농민은 줄고 농촌은 공동화되고 있다. 수천 수만년, 농촌에서 농사짓는 사람을 부르는 ‘농민’이라는 이름이 ‘농업인’으로 대체된 지 오래다. 1990년대 농산물 개방 이래 농업 경쟁력 강화가 ‘농정’ 최고의 목표가 됐다. 농촌공동체를 유지하며 민중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의 전통적인 가치와 역할은 ‘싹’ 무시되고 있다. ‘농민’에 담겨있는 역사성과 계급성을 거세한 ‘농업인’이란 관용어를 농민마저 고급스러운 표현인양 사용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런 실정에서 조상들이 ‘봄 농사’를 마치고 잠시 쉬는 ‘단오절’을 기억한다. 한 손에 ‘단오선(부채)’을 들고 ‘그네’까지는 아니더라도 제철인 붉은 ‘앵두’ 몇 알 손에 쥐고 단오절사(端午節祀)의 마음으로 단오를 기념한다. 옛 농민에게 단오는 ‘풍년 기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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