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모패자/ 지나친 자식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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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패자/ 지나친 자식 사랑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9.07.2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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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자(慈), 어미 모(母), 패할 패(敗), 아들 자(者)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99

《사기》 이사열전에 나온다. 자애로움이 지나친 어머니 밑에서는 몹쓸 자식이 나온다.
타이완에서 유학 할 때에 친하게 된 P교수가 ‘집안가풍’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다가 ‘자기 동생의 일’이라며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Y는 응석받이로 조동으로 키워졌다.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자였으나 슬하에 자식을 두지 못하였다. 그래서 동생의 자식을 양자로 받아 손녀 둘을 본 후 낳은 손자가 바로 Y였다. 할아버지가 너무 애지중지하며 손자를 끼고 도니 Y의 어머니도 어찌하지 못했다. 급기야 손자가 할아버지의 수염을 잡아당겨도 ‘그놈, 참 힘이 좋구나’하고 칭찬까지 하였다.
Y는 이기적이고 무례한 아이로 자라나 집에서 낳은 달걀을 훔쳐 동네 가게에서 사탕과 바꿔 먹더니 쌀도 갖고나가고 돈도 훔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자모패자’의 뜻을 알고 후회하며 아들을 다스리려 했으나, 한 번 비뚤어진 아들을 바로 세우기에는 너무 늦었다. 학교 공부도 팽개치며 애를 먹이더니 급기야 옆 동네 여자애를 강간하여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기도 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시아버지를 이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원망만 하다가 돌아가셨다. 
이사(李斯)는 전국시대 말 초나라 사람으로 순경(荀卿, 조나라 위대한 사상가)으로부터 제왕의 술(術)을 배웠다. 초왕이 섬길만한 인물이 못된다고 본 그는 다른 6국 중에 진(秦)의 위력이 제일 강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진에 들어갔다. 자청하여 여불위의 식객이 되었다가 왕에게 유세할 기회를 얻어 마침내 왕의 신임을 받아 승승장구하여 승상에 오르고 진이 천하를 통일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시황제가 죽고 2세 호해가 황제가 된 후 얼마 안 되어 진승(陳勝)과 오광(吳廣) 등이 반란을 일으켜 나라가 어수선해졌다. 당시 이사의 아들 이유(李由)가 삼천군의 태수로 있을 때 오광의 군대가 삼천군의 서부를 약탈했으나 저지하지 못하였다. 마침 장한(章邯)이 오광의 무리를 쳐부수어 쫓아냈다. 이 일로 인해 호해가 이사를 책망하기에 이르렀다.
“그대는 삼공(三公)의 자리에 있으면서 이와 같은 도둑을 번성케 하니 어떻게 된 일이오?”
이사가 몹시 두려워했고 자기의 벼슬과 봉록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2세 황제에게 용서를 비는 장문(長文)의 글을 올렸다.
“현명한 군주는 반드시 온갖 수단을 다하여 신하의 잘못을 꾸짖고 벌 주는 방법을 시행하려 합니다. 책임을 꾸짖으면 그 신하는 능력을 다하여 주군을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중략) 한비자가 ‘자애로운 어머니 밑에서 몹쓸 자식이 자라지만 엄격한 집에는 거스르는 종이 없다’(故韓子曰, 慈母有敗子而嚴家無格虜者, 何也. 則能罰之加焉必也 / 고한자왈, 자모유패자이엄가무격로자, 하야. 칙능벌지가언필야)라고 하였으니, 왜 그렇겠습니까? 잘못을 하면 반드시 벌을 내리기 때문입니다.(생략)”
이사는 엄격한 법치(法治)를 주장하기 위하여 이런 말들을 인용하였던 것이다. 어머니가 지나치게 사랑을 쏟으면 과잉보호로 그 자식은 응석받이가 되어 점점 버릇없고 방자하게 자라 결국에는 집안을 망치게 될 수도 있다, 즉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고 말한 것이다. 
특히, 요즈음 한 자녀만 낳고 그만두는 젊은 부부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가? 자식에게 지나치게 애정을 쏟아 너무 귀엽게만 기르지는 않는가? 손녀 키우는 것을 옆에서 보다가 다소 걱정이 되어 며느리에게 한마디 했다.
“자애로운 어머니 밑에서는 자칫하면 타락한 자식이 생기기 쉽고, 맹목적인 사랑을 쏟으면 자식이 버릇없어져 함부로 행동하고 도리어 엄마에게 대드는 애가 된단다. 처음부터 좀 잡아가야 할 텐데.”
“너무 엄하게 키우면 애가 기가 죽어요. 아버님.”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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