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함께 먹는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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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함께 먹는 농사
  • 강성일 전 순창읍장
  • 승인 2019.08.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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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일(금과 전원) 전 순창읍장

금과로 이사 온 지 반년이 넘었다. 도시에서 살다 농촌으로 오니 장단점이 있다. 집 사람은 자연을 좋아해서 즐겁게 지내고 있지만 나는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5월에 집 뒤에 있는 다랭이 논을 구입했다. 수십년동안 묵혀 있어서 수목이 우거져 지목만 논이지 산이었다. 굴삭기(포클레인)를 동원해서 며칠 작업을 해 경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지난달엔 시험 삼아 들깨 씨앗을 한 되 정도 뿌려 보았다. 흙이 아직은 덩어리째로 있어 작은 씨앗을 덮을 수가 없어 그냥 뿌렸다. 다음날 가보니 수십마리 새가 뿌려진 씨앗을 쪼아 먹고 있었다.
신기했다! 그 작은 씨앗을 어떻게 보고 찾아 왔는지…. 생존의 능력은 대단하다! 그걸 보고 마음을 정했다. 농약, 비닐 등 인공적인 요소는 최대한 자제하고 자연 그대로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그러면 새나 동물들이 와서 먹기 때문에 소출은 적을 것이다. 농사로 소득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일들을 해야겠지만 나는 자급자족이 목표이기 때문에 자연적인 방법을 생각했다.
농촌으로 이사 와서 내게 가장 큰 즐거움은 동물과 교감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사 오자 지인이 블루베리 화분 10개를 줬다. 처음엔 시키는 대로 새 망을 쳤다. 블루베리가 익자 새들이 날아왔는데 망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애타게 날갯짓을 하는걸 보고 너무 야박하다 싶어 망을 걷어 버렸다.
작년에 사위가 사준 반려견은 내 자식과 같다. 집에 달아놓은 우편함에도 반려견 이름을 써 놓았다. 가족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봄부터는 우리 집으로 길 고양이 한마리가 매일 찾아왔다. 어린 새끼였다. 처음엔 무심코 지나쳤다. 그 애가 다니면 쥐나 뱀이 오지 않을 거라는 기대 정도였다.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그 애가 집 한쪽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불심이 생겼는지 먹이를 챙겨주고 싶었다. 읍 마트에 가서 사료를 사와서 주고 있다. 고양이는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라 처음엔 가까이 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1m정도 까지는 다가온다. 그리고 먹이를 주면 소리로 감사 표시도 한다. 그래서 이름도 지어 줬다. 내가 외출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그 애 먹이를 챙겨 주는 것이다.
아침엔 새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깬다. 그 소리가 정겹다. 나는 우리 집이 동물들이 찾아오는 집이었으면 한다. 유기견 등을 거두는 착한 사람은 못되지만 내 여건에서 동물들과 친하게 지내는 일을 하려 한다. 그 방법이 농약을 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농사를 생각한다.
옛 말에 땅에 뿌린 씨앗의 1/3은 땅속의 벌레가 먹고 1/3은 땅위의 짐승이 먹고 1/3은 사람이 먹는다고 했다. 나는 1/3을 얻지 못해도 서운해 하지 않을 거다. 내가 언제 동물들과 친하게 지내는 일을 할 것인가. 일부러 하기는 쉽지 않다. 나에게 농사짓는 기회가 주어 졌기 때문에 함께 먹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또 자연 친화적 농사는 몸으로 하는 일이 서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구책이기도 하다. 직장 생활이 남을 이기는 것(타 시군과 경쟁 등)이었다면 지금 생활은 나를 이기는 것이다.
퇴직을 하고 나니 시간은 많고 만나는 사람은 적어서 무료하고 지루했다. 혼자 있으니 나와 대화하며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자연이 가르쳐준다. 받아들이고, 욕심 내지 말고, 견디며, 함께 살라는 것이다. 자연에서 보면 사람은 아주 미미한 존재일 것이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고 약자인 동물들과 나누며 살려한다. 농사는 좋은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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