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4년, 독립국가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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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4년, 독립국가 국민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9.08.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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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겨냈고 또 이겨낼 것입니다” 광복 74주년을 맞아 서울시가 꿈새김판에 ‘광복 직후,애국지사와 시민들이 거리에서 환호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과 함께 내건 문구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품목 수출을 규제하고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치졸한 요즘 분위기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즘 순창에서도 여러 사회단체가 ‘안 사고 안 팔고, 안 가겠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기자회견으로 실천을 다짐하는 등 특히 젊은이들의 아베 규탄과 일본 물건 불매운동 열기가 높다.
“위안부 성노예화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뉴라이트의 대표적 인사다. 그는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내고, “일제가 쌀을 수탈해간 것이 아니라 쌀을 수출한 것”이라며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까지 부정한다.
그럼, 국민학교를 갓 마친 1945년 열네살에 일본 군수공장에 끌려가 ‘철조망에 가둔 노예’로 근로정신대에서 생활한 양금덕(90)ㆍ김정주(88) 할머니는 누구인가. 전쟁에 짓밟힌 어린 시절에 대해 어떤 보상도, 누구의 사과도 받지 못한 채 74년을 보낸 할머니들의 깊은 상흔에 후비는 일까지 처벌해야 한다. 고향에 돌아온 뒤에도 일본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위안부’라고 수군거리는 시선 때문에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다는 할머니는 70여년 방치하며 ‘퍼뜩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빈말 한 번 해주지 않은 정부에는 섭섭하지만, “먼저 간 동무들을 위해서라도 아베의 사과를 이제는 받아야 되겄소. 젊은 사람들이 바싹 일어나지 않으면 안 돼요. ‘내 일이다’ 하고 ‘뼈만 남아도 이겨봅시다’ 하고 싸워줬으면 좋겄소.” 다짐하며 부탁한다.
끝내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평화운동가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기록한 영화 <김복동>이 14일 위안부 기림의날, 작은영화관에서 상영된다. “지난 27년간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걸어온 길은 우리가 미래를 위해 남겨둬야 할 공적 가치가 있는 역사이기 때문”에 만들었고, “영화를 통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할 것이라는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있다. 영화는 역사적 비극이 낳은 ‘피해자’가 아니라 2012년 ‘나비기금’을 만든 전후 인권운동가로서 활동해온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조명한다. 30년 가까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싸워온 건 정부가 아니다. 영화는 ‘이젠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한 울림을 전한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굳게 뿌리내린 식민지 시대의 관행, 관습, 문화, 제도 등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배웠다는 지식인과 권력층에서 교묘하게 위장하며 행세하고 있다. 조선총독부 청사가 정부 중앙청사로, 조선총독 관저가 대통령 관저로 쓰였고, 일본말 간판을 한동안 아무렇지 사용할 수 있었고, 한글보다 ‘가나’가 훨씬 더 익숙해 한글을 새로 배워야 했던 ‘지식인’들 가운데 ‘개과천선’ 못한 이들이 아직 남아있다.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자’는 주장조차 불온시하던 군사정권이 십수년 ‘친일파 청산’에 눈 감고 귀ㆍ입 틀어막았다. 1945년 해방 이후 30년 지난 1970년대 중반 비로소, “학생들이 학교에서 ‘식민지 민족의 자기 모멸’을 배우지 않게 되었고,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물리적 환경도 그 무렵에서야 확연히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나 또 40여년 지난 지금 2019년, “일본의 경제 도발에 대한 우리 한국인들의 반응은 식민잔재 청산의 성과와 한계를 함께 드러내고 있다. 지금의 한국인은, 독립 국가 국민과 식민지 주민으로 나뉘어 있다.” 이 진단을 부정할 수 없다. 아니 전적으로 동의한다.
13일 순창읍사무소앞 평화의소녀상 앞에서는 노인회장, 귀농협의회장, 농민회원, 청년회원(JC) 등 수십명이 모여 ‘아베정권규탄 순창군민 기자회견’이 열렸다. 14일에는 일제가 서울 남산에 세운 조선신궁 자리에 손을 마주 잡고 정면을 당당히 응시하는 한국ㆍ중국ㆍ필리핀 소녀들을 바라보는 고 김학순 할머니를 형상화한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를 제막한다. 15일 74주년 광복절, 역사를 되돌리려는 일본 우익과 한국 보수의 몸부림에 온 국민이 두 눈 똑바로 뜨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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