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랑자/ 명성이 떨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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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랑자/ 명성이 떨어지니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9.08.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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聲 (소리 성), 名 (이름 명), 狼 (이리 랑), 藉 (깔개 자)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00

《사기》 몽염열전에 나온다. 명성이 이리들의 깔개와 같다.

‘전혀 그러리라고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청와대에서 고위급 장관을 인사를 담당한 사람들이 내뱉는 탄식의 말이다. 요리 보고 저리 보고 크로스 체크를 하며 훑어보고 살펴 본 후, ‘적절한 인선’이라며 자신하며 추천하였는데….

농지법을 위반하고 자녀의 위장전입 등은 그냥 넘어 갈 수도 있다손 치더라도, 제자를 성추행하고 성폭력을 하였다는 제보가 잇따르니 낭패도 보통 낭패가 아니다. 소문이기를 바라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어쩔 수없이 …, 청문회도 하기 전에 ‘사과하고 하차‘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내정된 자들이 이처럼 ‘성명낭자’한 것을 보노라니 좀 유능하다 하면 양심을 지키며 정상적으로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한 점 부끄럼 없이 공명정대하게 살았다고 공언하였지만…, 털면 먼지 안 나는 옷 없듯이, 조그마한 꼬투리라도 나오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고 발버둥 치며 해명을 한들, 침소봉대되어 언론을 타면, 결국 그 명성이 일시에 무너져 내리고 마는 세상이다. 아무리 장관 자리가 좋다 하더라도 이처럼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되는데 어느 누가 앞으로 나서겠는가? 이른 바 잘 나가고 능력이 있다는 자들이 굳이 고사(苦辭)하는 이유다.

중국 진(秦)의 천하통일에는 장군 몽염(蒙恬)과 몽의(蒙毅)형제의 힘이 컸다. 진시황(秦始皇)이 몽념과 몽의(蒙毅)를 신임하여 황제가 외출할 때는 항상 수레에 함께 타게 했고, 궁중에서도 항상 곁에서 모시게 했다. 몽념은 바깥일을 보고 몽의는 내정을 맡았는데, 다른 장수나 대신들도 감히 이 두 사람과는 다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시황이 죽자, 이세 황제가 된 호해(胡亥)가 자기를 황제에 앉도록 결정적 역할을 한 환관 조고(趙高)를 가까이 했다. 조고가 나중에 몽씨 형제의 득세를 두려워하여 헐뜯고 탄핵했다. 결국 어리석은 호해가 조고의 참언에 속아 사자를 보내 몽의를 자살하도록 했다. 죽기 전에 몽의가 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옛날 진의 목공(穆公)이 충신들을 죽이고, 소양왕(昭襄王)은 백기(白起)를 죽였고, 초평왕(楚平王)은 오사(伍奢)를 죽였으며, 오왕(吳王) 부차(夫差)는 오자서(伍子胥)를 죽였소. 이 네 군주는 모두 큰 실책을 범했고 천하는 이들을 비난했으며, 모두들 그 군주들이 현명하지 않다고들 생각했소. 이런 까닭에 그들은 제후들에게 나쁜 평판을 받고 그 명성이 무너져 내리게 되었소. 제발 죄 없는 무고한 신하들을 죽이지 말라고 전해주시오.”

하지만 사자는 호해의 뜻을 알기 때문에 몽의의 말을 듣지 않고 죽여 버렸다. 호해는 또 다시 사자를 양주(陽周)로 보내어 몽념에게 자결을 명했다. 결국 몽념은 독약을 마시고 자결했다.

《사기색은(史記索隱) : 사기 주석서》에 나오는 ‘索隱言其惡聲狼籍, 布於諸國’이라는 글귀가 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즉, ‘나쁜 명성이 마치 이리들이 깔아뭉개던 풀처럼 모든 나라에 퍼졌다.’ ‘낭자(狼藉)’는 이리들이 깔고 자는 자리다. 이리들은 자리에서 일어날 때 본능적으로 아래에 깔았던 풀을 흩어 버려 자신들의 흔적을 없애기 때문에 이를 낭자라고 한다. 그래서 연회를 마친 뒤 술잔이나 접시 따위가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는 것을 묘사할 때도 이 용어를 사용한다.

훗날 사람들이 많은 죄악을 저질러 평판이 매우 나쁘거나, 명성이 무너져 내린 것을 비유하는 말로 이 성어를 썼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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