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만들기’에 대한 심상
상태바
‘마을 만들기’에 대한 심상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9.08.21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몇 달 전, 믿는 벗의 권유로 마을공동체 사업 지원 단체와 관련된 이러저러한 일을 알게 되었다. 평소 잘 알지도 못했지만 “마을공동체가 살아나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해왔고, “마을 사람과 자원을 존중하고 발굴하여 보존해야 한다”는 나름의 의지도 있었다. 몇차례 마을공동체 관련 일을 돕는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해본 일은 아니지만, 그 일의 취지와 방향을 잘 정리하고 수행하면 지역 주민이 바라는 마을공동체 나아가 지역공동체를 일굴 수 있겠다고 확인했다. ‘마을 만들기 활동’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이 깊어졌다.
여기저기 찾아보았다. “마을이란 물리적(공간적)이고 사회적(공동체)인 개념을 포괄한다. 그래서 ‘마을 만들기’란 주민 스스로 또는 주체적으로 마을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을에서 주민들이 생각을 나누고 함께 결정한 일을 주체적으로 이뤄가는 과정이다. 지방자치의 참모습이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주민들을 돕는 일을 2005년부터 시작했다는 ‘마을 만들기 활동가’의 설명이 맘에 자리 잡는다.
그는 공동체적 관계가 급격하게 무너진 사회(경쟁강요, 갈등격화, 불안증폭 사회)라서 자기 생각이 반영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마을 만들기 활동이 더 주목받을 것이고, “마을 만들기는 협력을 넘어서는 협치를 통해 주민들에게 결정권을 부여하고 주민참여를 촉발하는 지방정부의 전략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을공동체란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 이웃 간의 관계회복을 통하여 주민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며 상호 대등한 관계 속에서 마을에 관한 일을 주민이 결정하고 추진하는 주민자치 공동체를 말하며, 경제ㆍ문화ㆍ복지ㆍ환경 등을 토대로 연결된 사람들의 관계망”으로 규정된다.
1991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행정 주도 자치(?)에 젖어 있던 지방자치에 주민참여를 제도화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 제도를 시행했다. 주민자치센터는 읍ㆍ면ㆍ동 지역의 주민자치ㆍ문화여가ㆍ시민교육ㆍ주민편익ㆍ지역복지 기능과 복리 증진을 도모하고 좋은 지역공동체 형성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인적 자원을 공개 모집하여 구성하도록 했다. 경험이 없어 혼란했으나 민관협력, 행정지원 등 다양한 방법들로 자리 잡은 지역도 있다. 그러나 “대략 2008년부터 중앙정부의 주민자치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졌고 재정 지원도 약화되었다.” 실제로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는 읍ㆍ면 행정의 ‘하부조직’처럼 보이고, 지나치게 문화 여가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주민자치 기능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높다.
시끌벅적했던 거리에서 사람이 사라진 지 오래고, 저녁 늦게까지 영업하는 상가가 열 손가락을 채우지 못한 지도 오래다. 읍내 도심 곳곳에 빈 점포와 빈 건물이 즐비하다. 활력을 잃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상실감은 깊다. 인구가 줄어드니 투자와 관심도 줄었다. 사람과 공동체 중심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 중심 체제의 탐욕스러운 자본이 낳은 결과다.
뒤늦게 ‘마을만들기’,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생생마을사업’, ‘새뜰마을사업’,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도시활력증진지역사업’,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이름도 사업 내용도 생소하다. 주민을 참여시키고, 지역 자원을 찾고, 협동과 협치를 강조하고,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작은 도서관ㆍ미술관ㆍ박물관을 만들고, 일자리도 만들고, 마을기업을 만드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ㆍ행정ㆍ활동가ㆍ전문가들이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라 낯설다.
시작도 추진도 사후관리도 걱정이다. 주민참여의 당위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제도는 아직 미약하다. 성과 중심, 행정과 전문가 주도, 과도한 시설 등 개발 중심의 마을 만들기 상황도 걱정이다. 그러나 함께 모여(마을카페) 함께 기르고(공동육아) 함께 찾아보고(마을생협) 함께 일하며(마을기업) 함께 알리고(마을미디어) 함께 즐기는(마을축제) 공동체 실현을 위한 노력이 주저하거나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마을(지역)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
  • 군 전체 초·중·고 학생 2000명대 무너졌다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