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말/ 북한의 역사학② 고조선과 삼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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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말/ 북한의 역사학② 고조선과 삼국시대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19.08.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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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재미있는 북한말(14)

 조선력사 / 조선통사 / 조선전사 등 역사서 …‘고조선-고구려-고려-’ 로 이어지는 정통론

북한의 대표적인 역사서로는 우리의 초등학교 5학년에 해당하는 나이의 고등중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학생들이 배우는 국정교과서 《조선력사》, 사회과학원 력사연구소에서 발간한 《조선통사》, 과학백과사전출판사에서 발간한 《조선전사(朝鮮全史)》가 있다.
북한이 역사를 대하는 기본적 시각은 피지배 계층에 중심을 둔 ‘계급적 시각’, ‘민족사의 정통성’ 문제, 민족이 역사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자주’에 기초하고 있다.
북한의 각종 역사서에 기술된 전체적인 내용은 우리와 큰 차이가 없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많이 다르다. 교과서의 일관된 흐름은 우리 역사를 “안팎의 원쑤 놈들을 반대해 싸워 이긴 인민들의 투쟁의 역사”로 본다는 것이다.
북한의 역사서술은 특정한 양식의 정통론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고조선-고구려-고려-북한’으로 이어지는 정통론이다. 정통성 구축 작업은 1993년 단군릉 발굴 작업 등을 통해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단군은 신화의 영역에서 역사의 영역으로 옮겨왔다. 북한당국은 단군릉 발굴 결과를 발표하면서 단군이 5011년 전에 출생한 실재인물이며 단군의 출생지, 건국지, 고조선의 수도가 모두 평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군릉 발굴 조사가 이루어진 1993년에 고구려 시조 동명왕릉도 개건되었다. 즉 고조선의 건국자인 단군과 고구려의 건국자인 동명왕에 대한 강조가 거의 동시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비롯해 고구려, 발해, 고려로 이어지는 국가들이 모두 평양을 중시한 것을 강조함으로써 평양을 성지로 부각시키고 민족사 정통성의 계승자로서의 북한정권을 정당화하고자 하고 있다.
삼국시대는 철저히 고구려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북한은 고구려의 건국과 발전을 잃어버린 고조선 땅을 되찾기 위한 투쟁의 역사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고구려의 건국을 “지난날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조선전사》는 이와 관련, “고구려 봉건국가의 성립을 계기로 한(漢)나라 침략자들에 의해 강점되었던 고조선 유민들과 주변 소국들이 급속히 고구려를 중심으로 단합해 강점자들을 자기 강토에서 내쫓는 투쟁을 성과적으로 벌일 수 있었다”고 쓰고 있다. 특히 고구려의 평양 천도와 관련해서는 ‘삼국 통일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북한 역사학계에서는 백제와 신라에 대해서는 ‘봉건 지배계급’의 지배를 받는 국가라는 부정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특히 신라에 대해서는 동족을 배신한 사대주의 국가라며 고구려와는 매우 대조적으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북한 역사학계에서는 “신라 봉건통치배들의 그릇된 외세의존 정책은 고구려, 백제 인민들을 침략군의 발굽 밑에서 신음하게 했을 뿐 아니라 마침내는 신라까지도 존망의 위기에 몰아넣게 하였다”면서 “이리하여 우리 인민은 당나라 침략자들을 몰아내기 위한 수십 년간의 간고한 투쟁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북한의 역사서술에서 ‘삼국통일’이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북한은 삼국통일을 신라에 의한 국토 남부의 통합으로 규정할 뿐이며, 최초의 민족 통일은 고려가 이룬 것으로 설명한다.
《조선력사》에서 신라는 영토를 넓히고자 동족을 배반하고 외세를 끌어들인 부도덕한 국가로 등장한다. 그에 대한 기술 과정에 있어서는 ‘천추에 용납 못할 죄악’, ‘솟구치는 분노’, ‘어리석고 우둔한 놈들’과 같이 감정을 부추기는 용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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