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40) 북청 물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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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40) 북청 물장수
  • 조경훈 시인
  • 승인 2019.08.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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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 아원(兒園)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북청 물장수

               - 김동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아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꺽삐꺽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누구나 하루를 시작하려면 아침에 눈을 떠야한다. 그때 눈을 뜨고 맞이하는 것이 밝아오는 창문일 수도 있고, 멀리 교회당에서 울리는 종소리일 수도 있고, “일어나라” 부르시는 아버지의 목소리일 수도 있지만, 미처 깨지 못하고 누워 있을 때 물장수가 물지게를 힘들게 지고 와서 머리맡에서 물동이에 쏴-하고 물 붓는 소리를 듣고 깨어난다면 그의 하루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시작했다 할 것이다.
그렇게 아침마다 물지게를 지고 와서 잠을 깨운 사람은 힘겹게 살아가는 북평 물장수였다. 이른 새벽, 부지런히 이집 저집 물을 지고 가서 물동이에 물을 쏟아 붓는다.
그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향토적인 우리 생활과 야생적인 소박한 우리 인심이 어우러져 이 시가 탄생했다 할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이 시 마지막 두 줄에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 북청 물장수’ 라 했다.
아니 지금도 새벽마다 뒤척이며 일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는 이 북청 물장수가 그립다.
김동환 시인은 1925년 한국 최초로 서사시 <국경의 밤>을 쓰신 분입니다.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말없이 건넜을까”로 시작되는 총 7부 72절인 이 서사시를 만났을 때 우리 문단에는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당시 나라를 잃고 여기 저기 유랑인이 되어 국경 근방을 떠돌고 있는 동포들을 생각하며, 온 조선 사람이 갖고 있는 슬픈 심정을 이 시에 담아 발표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일본순사가 “이 시를 왜 썼느냐” 물었습니다. 그는 ‘지름길 묻기에 대답 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 주고/ 그리고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죠./ 평양성에 왜 해 안 뜬대 두/ 나모르오/웃은 죄 밖에’// 이렇게 시<웃은 죄>로 답했습니다.

 

* 김동환(金東煥) 1901-1981 호는 파인(巴人).
함북 경성출생, 주로 향토적이며 애국적인 시 발표.
저서 : 시집 <국경의 밤>, <해당화>, <승천하는 청>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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