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초 55회 동창, 강천산 단월야행 “ 좋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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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초 55회 동창, 강천산 단월야행 “ 좋다, 참 좋다”
  • 림양호 기자
  • 승인 2019.09.0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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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강천산에 꼭 가봐라, 서울 가서 선전해야지”

계곡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에 가을 기분이 훌쩍 앞으로 다가왔다.
은은한 불빛 가득한 강천산 오솔길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불빛을 따라 이리저리 뛰며 “엄마! 아빠!”를 부르는 아이들 목소리가 맑고 서늘한 시냇물 소리와 어우러져 경쾌하고 행복하다. 유모차 밀며 아이 손 붙잡고 은은한 불빛으로 밝혀진 길을 따라 걷는 젊은 부부의 모습은 더 행복해 보였다. 걸음도 모습도 생생한 소년, 소녀들은 불빛 아름다운 곳을 찾아 예쁜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는다. ‘건강이 곧 행복’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도 선선한 공기를 가르며 야경 아름다운 오솔길을 바삐 걷는다. 노란 조끼 입은 강천산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 보며, 저들 덕분에 편안히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새삼 고맙다.
“어흥∼ 어흥∼” 다람쥐 짝지어 뛰어노는 곳에 집채만 한 호랑이가 나타났다. 그림 속 다람쥐만큼 놀래,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니 영상 속, 웅장한 호랑이가 날렵하게 몸을 돌려 시야에서 사라진다. “오! 강천산 호랑이를 그림으로 보네… 서울 가서 ‘꼭 순창 강천산 가봐라’라고 선전해야 겠다”며 초등학교 졸업하지 53년된 노인들이 연신 달라진 고향, 강천산 야경을 칭찬했다.
“다리가 아파서 오래 걷을 수 없다”던 푸념은 말뿐, ‘강천산 단월 야행’ 불빛에 반한 동창들을 토요일 밤 몰려든 관광 인파와 함께 병풍바위 앞에 도착했다.
절벽 가득한 스크린에 거대한 용이 나르고, 색동옷 차려있은 도령과 아씨가 등장한다.
조선 중종 때 학자 채수(蔡壽, 1449~1515)가 지은 소설 ‘설공찬전’ 속 순창사람 ‘설충란’의 남매인가? 장가들기 전에 병들어 죽은 소설 속 주인공 ‘공찬’과 혼인하자마자 바로 죽은 ‘공찬’의 누나구나. ‘순창을 배경으로 순창설씨 집안의 실화라 표방하고, 등장인물도 실존 인물과 허구적 인물을 교묘히 배합해, ‘원귀 관념과 무속에서의 공수현상’ 등을 활용해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는 소설 속 주인공이 강천산에 나타났다.
▲순창초 55회 동창들이 강천산군립공원 입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여섯 차례나 오를 정도로 당시에 큰 파문이었다는 저승이야기 <설공찬전>에는 ‘간신ㆍ충신ㆍ반역자ㆍ여성’ 등이 등장한다. 필자는 “비록 이승에서 임금을 하였더라도 주전충 같은 반역자는 다 지옥에 들어가고, 여자라도 글만 잘하면 세상의 아무런 소임이나 맡을 수 있다”며 당시 국왕(중종)을 은근히 비판하고 여성의 지위 향상을 주장했다. 그래서 중벌을 받았다. 한 동창의 ‘앞뒤 없는 이야기’에 귀 기울인 동창들은 “순창의 선비정신은 옛 조상의 전통인가?” 은근 어깨를 들썩이며 “오늘 강천산 야경 잘 보고, 고향의 변한 모습이 참 좋다”고 이구동성 환호했다. ‘강천산 단월야행’을 마친 동창들은 ‘순창향관광농원’으로 이동해, 넓은 운동장 가장자리에 놓인 기다란 탁자에 둘러앉아 누군가 찾아온 양초에 불 밝히고 ‘밤이슬’ 맞으며 새벽을 기다리는 듯, 지난 이야기ㆍ지금 사는 이야기ㆍ또 살아야 할 이야기를 쏟아냈다.
‘노령연금’ 타는 나이, 입장료를 면제받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 마음은 ‘소녀ㆍ소년’인 친구들은 “건강하자”고 “잘살자”고 “행복하라”고 서로 격려하고 다짐하며, 2년 만의 동창회를 마치고 남편이, 아내가, 아이들이 기다리는 귀갓길을 서두르며 “또 만나자”고 약속했다.
림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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