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달콤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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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달콤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9.09.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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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를 앞둔 지난 주말에 제13호 태풍 '링링'이 인명과 재산을 앗아 갔지만, 이번 한가위 휴일은 날씨로 걱정할 일은 없다고 한다. 법무부장관 후보 ‘조국’ 정국도 대통령의 용단으로 임명 강행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많은 이들이 철새가 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대한 귀소본능의 행렬 속에 뒤엉킨다. 서둘러 내려온 이는 벌써 고향에서 정겨운 친지들과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있겠다. 대개는 오늘부터 귀향길에 오를 것이다. 이미 도착했던 아직 출발하지 않았던 귀향 성묘 계획이 있는 이는 행복하다. 도시의 골방에서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자괴감과 자책감으로 외로움에 흠뻑 빠져있는 이들 보다는.

보름달을 쳐다보며, 우리 조상들은 그 속에서 방아 찧는 토끼를 보았고, 중국인은 두꺼비를 찾았다. 달은 자전과 공전 주기가 같아 지구를 향해서는 언제나 똑같은 면만 보여준다. 그래서 평생 달의 절반만 봐야 하는 지구인은 숨겨진 달의 뒷면에 대해 온갖 상상(想像) 넘어 공상(空想)까지 반복ㆍ지속해왔다. 달은 사람의 상상과 공상의 터전, 수수께끼 창고 역할을 했다. 방아 찧는 토끼, 달 삼키는 두꺼비, 늑대인간을 만들어냈다. ‘쪽배ㆍ밧줄’로 상상 여행을 했다. 전쟁광(나치) 비밀기지, 지구 멸망 뒤 도피처 등 억측도 난무했다. 아폴로 11호 이후에는 정복과 개척의 대상이었다. 달은 불운과 마법의 상징으로도 여겨졌다. 만월 때 살인, 자살, 교통사고가 잦아지고 정신병동이 시끄러워지고 출산이나 출혈도 많아진다는 주장은 과학적인 통계와 조사로 근거 없는 낭설로 밝혀졌다. 그러나 달을 신비로운 사건의 매개체로 여기는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어찌 됐든, 가을이 절정인 중추절(仲秋節) 한가위는 추수했으니 기쁘고, 먹고 놀 수 있어 기쁘고, 남에게 나누어줄 수 있어 더 기쁘다. 한가위는 모든 게 즐겁고 기쁜 날이다. ‘한’은 ‘크다’ㆍ‘꼭’ㆍ‘딱’ 뜻이고, ‘가위’는 ‘자르다(切)’ 아니고, ‘고르다(均)’ㆍ‘기쁘다(幸)’ㆍ‘즐겁다(樂)’ 뜻이 있다. 따라서 ‘한가위’는 크게 기쁜 날이다. 곧 ‘큰명절’이라는 의미다.

보름날, 해가 기울고 어둠이 찾아오면 우리는 보름달을 바라본다. 동구 밖 언덕 위, 귀성 열차 창밖, 골목 안 어지러운 전신주 사이, 옥탑방 창 건너 하늘에 보름달이 차오른다. 꽉 찬 달이 온누리를 공평하게 비춘다. 태양은 늘 같은 모양이지만, 달은 초하루, 보름, 그믐이 달랐다. 여기에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달이 달라 보인다. 농경사회 세시풍속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지만 산업 시대 농민, 농업은 천하의 최고가 아니다. ‘한가위’도 조상들의 명절이 아니다. 산업 도시 발달로 모두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나갔다. 농경사회 한가위 명절은 아니지만 나눔의 기쁨을 가진 한가위로 만들어야 한다. 도시에서 구슬땀 흘리다 이날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이 나눔과 즐거움의 시간을 갖는 명절이길 바란다.

달라진 사회에서 여성가족부는 추석 명절 ‘실천다짐 댓글달기’ 캠페인을 펼친다. ‘구시대적인 가족 호칭(아가씨, 도련님)’ 대신 이름에 씨를 붙여 부르라 하고, 음식준비ㆍ설거지ㆍ청소 등 명절 가사노동을 남자ㆍ여자 구별 없이 함께하고, 서로 배려하는 평등한 명절 문화를 만들자고 홍보한다. 급증하는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이 아직 낯선 한가위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여러 체험이 전국 각지에서 펼쳐진다.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이웃과 함께 즐거운 추석을 보낼 수 있도록 ‘자녀와 함께 송편 빚기, 엄마ㆍ아빠 나라 명절 알기, 다문화 민속올림픽’ 등 다채롭다.

‘크게 기쁜 날’을 잘 보내기 위해 상대를 배려하자. 뻔한 충고는 참고, 더 큰 상처가 되는 무책임한 위로를 남발하지 마라. 비꼬는 질문은 밥상을 뒤집게 만들 수 있다. 캐묻지 마라. 듣기 싫어하는 말을 반복하지 마라. “미안한데…” 미안하면 안 하면 된다. 피할 수 없는 ‘정치 이야기’에 충실하라. 상대의 불꽃 튀는 견해를 경청하고 주장을 인정하라. 나만 맞다 강요하지 마라. 명절 사단의 지름길이다. 함께 즐기기 위해 한 호흡 멈추고 좀 더 잘 듣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나만 즐겁지 말고 함께 즐거운 달달한 이야기를 하자. 정치 이야기가 달콤하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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