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랑해^^ 그래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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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사랑해^^ 그래 미안해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9.09.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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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안녕. 아빠한테 편지 쓸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나 아빠 딸로 태어나서 불행하다는 생각 안 해봤어. 그리고 조국 딸, 나경원 아들 부럽지도 않아. 재벌들도 부럽지 않아. 돈 쓸데없어서 마약에 손대는 그런 쉬키들 부럽지 않다고. ‘부모가 돈 많이 있어야 자식들이 행복해진다’는 말 하지 마. 그냥 내 이야기 들어주는 평범한 아빠가 좋아. 노력해서 훌륭한 사람 되면 “나를 이렇게 만들어 준 사람은 아빠다”라고 말할 거야. 그렇게 말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게.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필요한 물건 사줘서 고마워. 아빠! 사랑해.♥”
차에 놓고 간 딸아이의 편지다.
올해 추석은 내년도 대학 수시 전형 접수가 막 끝난 뒤였다. 요즘 가족들이 모인 명절에 금기 중 하나가 자녀 진학 이야기와 결혼ㆍ취업 이야기인 것은 모두 아는 일이다. 조국 장관 딸 입시 특혜 논란으로 가뜩이나 심란했고, 느끼고 생각하는 바도 달라 혼란스럽다. 대학 다니고, 대학 갈 고등학생을 둔 아버지로서 자녀교육은 남의 일 아니나 주장과 해법이 처지에 따라 십인십색이다. 그래서 공동체적 해법을 찾기 쉽지 않고 딸아이를 포함한 청소년세대에게는 미안하기 짝이 없다.
‘조국 딸, 나경원 아들 부럽지도 않’다는 딸아이 말이 위안되지 않는 요즘 아버지들의 마음은 어떨까. 한 달 넘는 ‘조국 정국’은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계급 문제’를 꺼내놓았다. 조국, 나경원, 김성태 … 셀 수도 없는 출발선이 다른 불평등 대물림을 보며 ‘기회의 평등은 신화에 가깝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부모의 ‘사회ㆍ경제적 자원’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미 권력이다. 많이 가진 집 아이는 출발선도, 달리는 궤도도 다르다. 곧게 뻗은 길을 다듬기까지 해주니 걸림돌이 있을 수 없고 넘을 수 없는 유리벽도 없다. 학력, 경력(스펙) 쌓기에 유리하니 좋은 일자리와 사회적 지위로 이어진다. ‘기회는 평등한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정의로운 결과’로 나아 갈 수 있다. 그러나 말로는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를 외치면서 공동체보다 사익 챙기기 급급한 이들에게 정의는 없다.
현재의 입시 제도에서 흙수저에게 더 유리한 전형은 없다. 기회의 공정이 결과의 공정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학종(학생부종합전형)ㆍ내신ㆍ수능, 모두 ‘부모 효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불평등에 대한 원성을 해결하기 위해서 하루빨리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일반고와 지방고, 사회적 약자에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 돈ㆍ힘 가진 자들처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부모들의 분노를 식히는 교육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내 아이를 명문대를 향한 경쟁의 맨 앞자리에 내세우지 않아도, 취업ㆍ결혼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경쟁에 앞설 필요 없다고 말해온 부모가 자식들 앞에서 불편하지 않고 떳떳한 세상을 구현해야 한다.
돈ㆍ힘ㆍ명예의 대물림이 불법적 통로를 거쳐 이뤄져도 제재할 수 없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높은 담장 안쪽의 그들만의 성채에서 갖가지 혜택을 누릴 때, 그런 혜택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묵묵히 구슬땀 흘리는 보통사람들이 희망을 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가장 긴 시간 공부하고,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내는 아이들 대다수를 바보, 천치, 멍청이, 낙오자, 실패자, 패배자로 만드는 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
오직 자신만을 위한 이기와 오만은 착한 주변 사람까지 할퀸다. 힘과 돈만 좇는 욕망은 인간성을 해친다. 어떻게 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앞서서 얼마나 누릴 것인가를 목표로 갖은 술수와 악행을 반복하면서도 범죄인 줄 모른다. 어른, 아이 구분 없이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물려받은 배경과 조금 앞선 알량한 실력과 신의 없이 모인 패거리를 빌미로 ‘갑질’하고 ‘왕따’시키며 잦은 폭행과 탈선을 저질러도 뒷배 든든해 처벌받지 않는 ‘불평등’ 때문이다.
“‘나를 이렇게 만들어 준 사람은 아빠다’고 말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게.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필요한 물건 사줘서 고마워” 참 고맙다. 진실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기’만 하고 열심히 살면 ‘나를 이렇게 만들어 준 사람은 아빠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조국 정국’에 말 보태는 만큼 자신의 주변도 톺아보는 사람이 많아지기 바란다. 모든 사람이 참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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