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분다(12)/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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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분다(12)/ 눈물
  • 선산곡
  • 승인 2019.09.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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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눈에 티가 들어갔을까.
“울지 마.”
우는 것처럼 보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정말 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끔 내 자신이 울고 있는지를 잊는다. 울고 있음을 잊은 채 울고 있는 마음을 따라가는 게 눈물인가보다. 눈물은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기쁨의 눈물과는 다른, 눈물의 늪은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는 슬픔이 그 원인이다.

 

은행잎이 찬란했다. 공원을 물들인 다른 나무들 잎사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지독한 아름다움은 지독한 아픔이 되어있었다. 아름다움도 아픔이 된다는 각인의 칼날을 받은 심정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창백한 공간. 잎사귀에 대비되는 아름다움이  야속하기만 했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있었다.
“슬퍼서 우는 눈물에는 단백질이 빠진데. 슬퍼도 울지 마.”
그 말이 더 슬펐다. 화학적 반응이 그렇다는 말이었겠지. 그래, 대답을 하면서도 슬펐다. 그 눈길을 바라볼 수 없었다.

지금 내게 존재하는 이 슬픔의 원천은 눈물조차 마르게 했지만 가끔은 억제하기가 힘들 때가 있다. 날은 흐리고 감성은 있는 대로 까라져 있는데 울고 있느냐는 말 한 마디가 인내의 둑을 결국 무너뜨린다. 이 나이,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나이에 뜬금없이 닥친 힘든 일에 분노도 섞여있다. 그 분노는 깊숙이 감추어 두었지만 외양은 아무렇지 않게 포장해야한다. 내 안에 숨어있는 분노와 한숨과 절망이 뒤범벅이 된 이 감정을 누가 이해할까. 이해를 바라지도 않는다는 오기를 감당하기에 나는 이제 지친 나이가 되었다.
“누군가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
사람들이 드난 곳, 광장에 내던져진 모습을, 고통을 위장한 자리에서 눈물은 너무나 값싼 것이 돼버렸을까. 내 눈물의 값, 그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눈물의 값이 이토록 허무해져버린 것을 생각하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눈물을 주제로 한 노래가 흐른다. 눈물의 노래가 눈물의 못에 돌을 던진다.
눈물은 눈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눈물은 가슴으로도 흐른다는 것을 이젠 알겠다.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그 눈물샘의 한 가운데에 있다. 내 눈물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단백질이 흐르는 생리적 흐름이 아니라 가슴에 그대로 고여 버린 그대로, 남은 내 인생의 중심에 설 것이다. 아아, 눈물의 늪에 내가 빠지다니,

음료를 파는 아주머니가 늘 그 자리에 앉아 우리들이 시간을 보내는 사유를 물었다. 이유가 아닌 사유, 사연이 맞는 말이다. 대답은 할 수 없었지만 그가 꺼낸 말은 우리를 위로하는 마음이었음은 알고 있었다.
“가끔 울고 계시던데…….”
아아, 들켰구나. 우리가 울고 있었던 것을 들켰구나.

손수건을 챙긴다. 평생 없던 버릇이었는데 이젠 손수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손수건의 휴대는 신사의 기본이라는 말도 들은 것 같다. 손수건이 신사가 지녀야하는 기본이라는 점에서는 부정적이었다. 1회용의 가치에 다림질까지 한다는 것은 지나친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 용도가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신사의 품격이 아니더라도 내 한숨의 깊이에 따라 손수건도 필요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손수건을 챙기는 일은 싫다. 챙겨야하는 이유가 싫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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