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말/ 북한의 역사학③고려와 조선
상태바
북녘말/ 북한의 역사학③고려와 조선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19.09.25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낯설지만 재미있는 북한말(15)

고려는 첫 민족통일국가, 조선에는 부정적 관점

북한 역사학계는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라와 후백제를 통합하고 발해 유민들도 받아들인 고려를 민족사 최초의 통일국가로 보고 있다. 《조선전사》는 “고려에 의해 우리 인민은 단일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한 강토 위에서 민족 역사를 기록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태조 왕건은 착취 계급의 상징인 왕이면서도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것은 고조선ㆍ고구려ㆍ고려로 이어지는 민족사의 정통성 명맥을 잇게 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즉, 왕건이 북한 지역인 개성(송악)에 도읍을 정하고 민족문화를 꽃 피움으로써 후에 이어질 북한 정권이 바로 이들 국가의 뒤를 잇는 우리 민족의 중심 국가라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후고구려와 후백제를 세운 궁예와 견훤을 보는 시각은 많이 다르다. 견훤에 대한 비판은 정권 유지를 위해 백성을 착취한 다른 왕들과 같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궁예는 ‘백성에 대한 배반자’라는 신랄한 비판을 받고 있다.
북한 역사학계는 거란과 몽골 이민족의 침입 때 국가를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피지배 계층인 백성들의 항쟁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조선전사》는 “반거란 전쟁에서 고려 인민이 승리할 수 있은 요인은 무엇보다도 인민 대중이 열렬한 애국주의 정신과 불굴의 기개를 발휘하여 용감하게 싸운 데 있었다”고 서술했다. 몽골 침입과 관련해서도 “애국적인 고려 인민은 그 이전 세기들과는 달리 국력이 약화된 어려운 형편에서도 흉악한 봉건 몽골군의 계속되는 침략을 물리치고 나라를 끝까지 지켜냈으며 불굴의 투쟁 정신과 애국심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한양(서울)에 도읍을 정한 조선에 대한 북한의 평가는 고려와는 달리 매우 부정적이다. 조선을 ‘리조조선’, ‘리조’라고 부르는 데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고등중학교 2학년 역사교과서는 이성계가 위화도회군을 통해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한 과정을 서술하면서 이성계를 “우리나라에서 사대주의를 적극 조장시킨 극단한 사대주의자, 고구려ㆍ발해의 옛 땅을 되찾기 위한 요동 원정을 말아먹은 장본인”으로 비판하고 있다.
북한은 조선을 보는 시각과 관련, “통치계급은 오히려 자기들끼리 내부 싸움을 되풀이하면서 사치하고 안일한 생활에 빠져 국고를 탕진하고 국방력을 약화시켜 인민들의 반침략 투쟁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매우 부정적이다. 이로 인해 7년 동안 겪었던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외세의 침략을 당해 인민들이 고통에 숨을 죽여야 했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승리의 전환점을 마련한 이순신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그의 출신 성분과 연관 지어 봉건왕권에 충성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종과 관련해서도 “세종은 비교적 풍부한 학문 지식을 소유한 봉건군주로 통치 기간 적극적인 문화 장려 정책을 실시하였다”고 긍정적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봉건군주로서 세종의 활동과 그 결과는 봉건지배계급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북한 역사학계는 구한말의 갑신정변, 동학혁명 등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으나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초기에는 갑신정변을 “일본에 이용당한 혁명”이라는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았으나 1950년대부터 “개화파가 나라의 봉건적 낙후성을 없애고 근대화를 실현하기 위해 단행한 우리나라에서의 첫 부르죠아 혁명”이라는 긍정적 입장으로 전환했다. 동학혁명도 반봉건적, 반외세적 성격이 짙은 ‘전쟁’이라며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다만 남한과 달리 동학혁명의 주도세력으로 동학교도가 아닌 농민 등 하층민들이 외세를 반대해 일으킨 ‘농민전쟁’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명칭도 ‘갑오농민전쟁’이라 부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