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족여행길, 주유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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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족여행길, 주유소 이야기
  • 이광현 독자
  • 승인 2010.07.2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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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현(41ㆍ순창 남계)

가족여행기, 주유소 이야기

오랜만에 가져보는 가족여행길. 먼저 읍내 단골 주유소에 들러 적당히 기름을 채우고, 시원스레 펼쳐진 5월의 풍경 속으로 내달렸다. 딸아이만 제일 신났다. 창밖에 뭐가 보이는지 재잘재잘 참말도 많다. 즐거워하는 아이를 벗 삼다보니 어느새 광주에 다다랐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나주’쯤 갔을까? 갑자기 “아빠, 아빠, 저기서 기름 넣어! 순창보다 80원이나 싸!”라며 자꾸 재촉하기 시작한다. 아빠 운전 방해되는데 좀 조용히 하라는 엄마의 꾸지람에도 아랑곳없이 “여기는 70원! 80원! 90원! 100원!” 이젠 아주 본격적으로 생중계를 해댄다, 어느새 녀석이 떠드는 데로 힐끔힐끔 눈길이 간다.

“순창보다 싸긴 싼데, 여기는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이니 그럴 거야” 그래도 갸우뚱하는 아이에게 난데없는 경제학 강의(?)가 시작 됐다. 수요ㆍ공급ㆍ가격, 완전경쟁ㆍ독과점ㆍ가격담합 등등. 어린 녀석이 지루해하며 연신 하품만 해 댄다.

이때 잠자코 듣고만 있던 아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한마디 거든다. “뭐야, 재미없게... 다른 얘기나 합시다!” 좀 머쓱했지만 그도 맞는 말이라 입을 다물면서도 왠지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2년전 유가 폭등으로 온 나라가 한바탕 홍역을 앓았었다. 당시엔 다들 기름 값에 관심이 많아져 ‘주유소별 가격비교 사이트’가 인터넷 상에서 한참 유행했었다. 나도 고유가에 차를 애물단지 취급했던 터라 사이트 이곳저곳을 오가며 열심히 비교했었다. 그때 기억으로는 순창 군내 주유소의 경우 거의 동일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그것도 타 시ㆍ군에 비해 꽤 높은 수준이었다. 속으로는 좀 너무한다 싶기도 했지만 “알고 보면 주유소 사람들도 다 우리 이웃인데 무슨 속사정이 있겠지, 남기면 얼마나 남기겠어? 정유사만 좋아났네!”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되도록 차는 놓고 다녔었다.

되돌아오는 길, 제일 싼 주유소에 들러 꽝꽝 눌러 담았다. 덕분에 대략 6천원은 굳은 셈, 이에 우쭐해하는 녀석에게 용돈 3천원을 떼어 주면서, 우리가족 주유소 이야기는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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