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양보뢰/ 양을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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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보뢰/ 양을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고쳤다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1.04.13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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亡 달아날 망 羊 양 양 補 기울 보 牢 우리 뢰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6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소를 도둑맞은 뒤에 허물어진 외양간 벽을 고치느라 수선을 떨어봤자 무슨 소용이냐며 비꼬는 말이다.

필자가 대만에 있을 때 태풍이 크게 불어 수많은 가옥이 무너지고 도로가 유실된 적이 있었다. 그 때 필자는 신문에 ‘망양보뢰(亡羊補牢)’라는 글이 크게 나온 것을 보고 ‘아! 신문이 정부의 뒷북을 비판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에게 한국에도 이런 속담이 있다고 물었더니 중국에서는 ‘양을 잃었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로 해석한다는 것이었다. ‘재해가 있었다고 해서 한탄만 하고 정부의 무대책을 욕할 것이 아니라 빨리 복구하고 내년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숱한 역사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이어내려온 중국인들의 슬기와 지혜를 엿본 느낌이었다.

망양보뢰는 ‘전국책ㆍ초책(戰國策ㆍ楚策)’에 나온다.

전국(戰國)시대에 초(楚)나라 장신(莊辛)이라는 대신이 조정 질서가 문란하고 부패가 만연한 것을 보고 양왕(襄王)에게 충간했다. “왕께서 궁궐 안에 계실 때나 밖에 계실 때나 늘 간신들이 따라다닙니다. 이들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일을 제멋대로 하고 사치를 마다 않으며 국가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데도 왕께서는 그들만 총애하고 감싸시니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옵니다.”

왕이 듣고 오히려 버럭 화를 내며 질책했다. “어찌 요사스러운 말로 남을 헐뜯고 사람들을 미혹시키느냐?”

그러나 장신은 당황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왕께서 계속해서 간신들을 총애하시면 초나라는 틀림없이 망하게 될 것입니다. 왕께서 제 말을 믿지 않으신다면 제가 조(趙)나라에 가도록 윤허해 주십시오. 일이 어찌 돼가는지 조용히 보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장신이 조나라에 온지 5개월도 안돼 진(秦)나라가 초나라를 쳐 도성과 몇몇 지방을 점령했다. 결국 지방으로 도망간 양왕은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 즉시 장신을 불러들였다. “짐이 너의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아 이 지경이 되었구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 보거라!”

장신은 매우 겸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속담에 이르기를 ‘토끼를 본 후에 다시 고개를 돌려 사냥개를 몰아 뒤쫓아가 잡는다면 아직 늦은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비록 양을 잃더라도 외양간을 고쳐놓으면 늦은 것이 아닙다. 지금부터라도 적절한 계책을 준비해 영토를 회복하셔야 합니다.”

양왕은 장신을 양릉군(陽陵君)으로 봉하고 그의 계책에 따라 국력을 다시 정비해 마침내 잃었던 회북(淮北)지역 영토를 되찾았다.

후세 사람들은 이 말을 ‘잘못을 저지르고 즉시 고치면 늦지 않다’, ‘일이 잘못됐더라도 마음을 굳게 먹고 분발하면 어떤 일이든 다시 해낼 수 있다’는 뜻으로 비유해 사용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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