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고작기/ 처음의 기세로 단숨에 해치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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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고작기/ 처음의 기세로 단숨에 해치워야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1.05.1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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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 한 일 鼓 북 고 作 지을 작 氣 기운 기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8

중국 텔레비전 방송의 연속극은 삼국연의(三國演義), 한무제 등 사극(史劇)과 항일전쟁, 국공내전(國共內戰) 등 전쟁에 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최근에는 애정이나 기업을 소재로 한 연속극이나 우리나라의 ‘대장금’ 같은 외국 드라마도 나온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해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역시 사극의 전투 장면이다. 전장에서 병사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사기를 올리기 위해 대거 동원된 꽹과리와 북, 징 등의 우렁찬 소리가 병사들의 함성과 합쳐져 적을 일거에 제압, 승리를 거두는 모습이 전투 장면의 핵심이다.

1천 수백년전 수나라, 당나라가 고구려에 쳐들어올 때도 그랬을 것이고 한국전쟁 때도 중공군이 나팔을 불고 꽹과리와 징을 치면서 내려오더라는 한 노장의 증언이 기억난다. 올해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신문지상에 실리는 전쟁 기록들을 읽다 보면 중공군의 일고작기(一鼓作氣)가 더욱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일고작기(一鼓作氣)는 춘추시대 ‘좌전ㆍ장공십년(左傳ㆍ莊公十年)’에 나오는 이야기다.

제(齊)나라가 노(魯)나라를 공격하자 노나라 장공(莊公)이 참모인 조귀와 함께 전차에 올라 군대를 이끌고 전장에 나갔다. 양쪽 군이 진세를 펼치자마자 장공은 적군을 무찌르라는 신호로 북을 치도록 명령하려고 했다.

그러나 조귀는 오히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아직 때가 안 됐습니다”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제나라 군대가 북을 세 번 치고 난 후에야 비로소 노나라 군 진영의 북소리가 울리고 군사들이 앞으로 나가 제나라 군대를 무찔러 첫 전투에서 크게 이겼다.

장공이 승기를 몰아 추격하려고 서두르자 조귀는 또 “지금은 안 됩니다” 라고 말리더니 적군 전차의 바퀴자국과 거꾸로 넘어져 있는 깃발을 자세히 관찰한 다음 전차에 올라 장공에게 “이제 추격해도 좋습니다” 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과연 노나라 군사가 재빨리 진격하자 제나라 군사들은 뿔뿔이 사방으로 도망쳐 최후의 승리를 거두게 됐다.

본진으로 돌아온 장공은 조귀에게 왜 공격을 말렸는지 책망하며 묻자 조귀는 이렇게 설명했다. “병사들이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모두 용기에 의해 결정됩니다. 대체로 첫 번째 북을 칠 때 병사들의 용기가 제일 왕성하지만 두 번째는 용기가 좀 줄어들고 세 번째는 쇠진해 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제나라 진영에서 세 번째 북소리가 났을 때 우리는 첫 번째 북을 치게 한 것입니다. 우리 군사의 용기가 백배로 뛰어올랐을 때 적군은 오히려 용기가 사그라지니 자연스럽게 적을 이길 수 있었지요. 또 전차 바퀴자국과 적군의 깃발을 본 것은 제나라 군사의 매복을 의심해서입니다. 차 바퀴자국이 어지럽고 깃발이 거꾸로 넘어져 있는 것을 보고 적군이 정말로 패해 달아났다고 단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추격해도 좋다고 말씀드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후세 사람들은 이 성어를 ‘전투를 시작할 때 북을 쳐 군사들의 용기를 북돋우다’, ‘단숨에 해치우다’, ‘처음의 기세로 끝장내거나 분투정신을 일으켜 일의 의욕을 높이고 용감하게 앞으로 나가다’ 등의 의미로 비유해 사용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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