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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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에 생각한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1.05.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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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부르게 된 것은 1960년대 지나치게 민속화된 불탄일(佛誕日) 또는 석탄일(釋誕日)에 대한 불교적 의미를 복원하고 한자어를 쉽게 풀이하여 사용하자는 취지로 만든 이후부터라고 한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표어는 ‘함께하는 나눔, 실천하는 수행’이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봉축표어에 맞춰 조계사 경내에서 다문화가정 결혼식을 거행하고, 동춘서커스단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열었다. 지난 8일에는 ‘비움과 나눔’ 캠페인을 열고 전국에 생방송되기도 했다.

지난 4월 기독교의 부활절과 5월의 부처님 오신 날이 이어지면서 종교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어느 종교든 사랑과 자비, 각성을 통한 거듭남을 가르치며 더 바람직한 삶과 사회를 말한다. 인류 역사상 종교가 지닌 비중이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예수의 ‘사랑’과 부처의 ‘자비’는 21세기 과학의 시대를 맞아 현대인의 해석 속에 많은 갈등과 분쟁을 낳고 있다. 현대인들은 성인들의 가르침마저도 왜곡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어쩌면 현대를 사는 인간에게 종교는 인간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이며, 그 인간의 욕망 때문에 스스로 분란과 질곡에 빠뜨리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요즘 세상에 우리를 제어하는 것은 종교라는 신앙과 성인의 가르침보다는 소유욕과 권력욕이다.
잉여가치의 창출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무한경쟁을 통한 자본축적을 강요한다. 복지와 공공성보다는 경쟁과 사유화를 부추긴다. 강자의 배려나 나눔을 기대하기 어렵고 약자의 몫마저 당당하게 강탈하는 현상이 만연하다. 이러한 현상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기업은 물론 경제, 정치, 교육, 언론과 종교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분야에 내재되어 그 도가 지나치다. 이웃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기 어렵고 오직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기심만 강조하는 양극화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법은 있는 자들의 행태를 정당화해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최근 한 재벌 총수가 사람을 사서 거슬리는 사람을 몽둥이로 때리게 했으나 풀려났다. 요즘 상호저축은행에서는 서민의 거액을 떼먹고 법과 규정을 무시하며 혜택을 주고 혜택을 받는 일을 다반사로 하지만 원천적인 처벌방법은 없다고 한다. 하청업체와 비정규직의 눈물과 땀을 기반으로 성장한 재벌은 시대의 구세주로 추앙 받는다. 이들은 성장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그를 위한 어느 정도의 아픔은 참아내야 한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하는 ‘어느 정도의 성과’에는 한계가 없다. 그릇에 물이 차면 넘치는 게 보통의 원리지만 그들의 그릇은 물이 차면 다시 커져서 결코 넘치지 않는다.

물욕과 권력욕에 사로잡힌 소수 집정자들로부터 우리가 받은 폐해를 없애고 우리의 삶을 되찾기 위해서는 그들의 진정한 참회와 회개가 필요하다. 생명과 이웃에 대한 예의를 갖추게 하여 있는 자들이 없는 자들을 약탈하는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사이비가 가득한 세상,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상, 어떤 불법과 위계도 권력유지를 위해서는 정당화하는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 쉼 없는 감시와 거침없는 고발과 사회적 약자의 연대가 필요하다. 올바른 예수와 부처의 가르침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양심적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생명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삶에 대한 예의를 회복하는 일에 평신도들이 대중들이 민중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한 종교지도자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는 나눔과 자비의 정신이며 이를 실천할 때 이 세상은 더욱 밝고 건강해진다”며 “올 봉축행사의 주제인 ‘함께하는 나눔, 실천하는 수행’의 큰 의미를 강조했다고 한다. 나눔과 수행의 정신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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