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기수/ 속임수로 공을 가로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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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기수/ 속임수로 공을 가로채니…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1.05.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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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위 상 下 아래 하 其 그 기 手 손 수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9

중국 관료 사회에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는데 한번에 두 계단씩 승진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당 총서기, 국무원 총리, 장관이 되는 것이 아니며 부처장이나 처장, 국장급도 마찬가지이다.

현 국가주석인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의 경우도 지난 64년 칭화대(靑華大)를 졸업한 후 수전부(水電部)에 배치돼 하급직원과 당원으로 시작했다. 74년에는 감숙성, 공청단((共靑團) 등에서 경력을 쌓았고 85년 귀주성과 서장 자치구 서기로 일했다. 92년부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국가 부주석, 군사위 부주석을 지내다 2002년 마침내 당 총서기, 국가 주석, 중앙군사위 주석이 돼 현 위치에 이르렀다.

그런데 얼마 전 산둥성의 한 도시에서 부처장(사무관급)인 새파란 젊은 여성이 갑자기 세 계단이나 뛰어 국장급으로 승진해 화제를 모았다. 인사 심사를 한 고위관료는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해 능력과 학력을 중시했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간에는 그녀 아버지가 고관이라느니 갑부라느니 입방아를 찧으며 상하기수(上下其手)가 작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끊이지 않고 있어 조만간 성(省) 정부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상하기수(上下其手)는 중국 ‘左傳ㆍ襄公二十六年(좌전ㆍ양공26년)’에 나오는 고사다.

중국 춘추 시대 진(秦)나라와 초(楚)나라가 연합해 정(鄭)나라를 치게 됐다. 갑작스레 공격을 당한 정나라는 방비할 틈도 없이 크게 패했고 결국 대장 황힐(皇頡)이 초나라 장수 찬봉술에게 포로로 잡혔다.

초나라 왕에게는 공자(公子) 위(圍)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이 연합전쟁에 장수로 출전해 찬봉술이 잡은 포로 황힐을 자신이 잡은 포로라고 우겼다. 다툼 끝에 두 사람은 대부 백주려(伯州黎)를 찾아가 공평한 판결을 요청했다.

마음 속으로 이미 판결을 내린 백주려는 포로 황힐을 마주보고 자신의 손을 올려 공자 위를 가리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이분은 초나라 왕의 친동생인 공자 위니라.” 이어 손을 내려 찬봉술을 가리키면서 소개했다. “이 사람은 찬봉술이라는 자인데 성 밖의 현 지사이니라.” 그리고는 황힐을 유심히 보면서 또 물었다. “네가 직접 말해 보거라. 도대체 누가 너를 포로로 잡았느냐?”

영리한 황힐은 백주려의 속뜻을 금방 알아차리고는 사실과 다르게 답했다. “저를 포로로 잡은 사람은 공자 위입니다.”

이리하여 황힐을 포로로 잡은 공을 공자 위가 차지하게 됐으며 황힐은 공자 위를 도와준 공으로 얼마 후 정나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백주려가 쓴 ‘上下其手(상하기수)’ 수법을 후세 사람들은 법을 어기고 속임수를 써 옳고 그름을 바꾸려는 경우, 특히 관료사회에서 승진이나 보직이 잘못될 경우에 비유해 사용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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