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팽겨진 민간인 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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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팽겨진 민간인 희생자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06.15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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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Taking Chance)’은 실제 이라크에서 전사한 한 청년을 마이클 스트로블 중령이 미국 본토로 운구하고 가족에게 유해와 유품을 인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운구의 전 과정은 챈스 일병에 대한 진심을 담은 최고의 예우가 깃들어있다. 항공기 기장은 스트로블 중령이 가장 먼저 내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승객은 기꺼이 응한다. 운구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모든 직원은 먼저 경례를 한 후 일을 했다. 도로에서는 커다란 덤프트럭과 일부 승용차가 앞뒤를 감싸 만약의 사고에도 안전할 수 있도록 방어막이 되었다. 운구차를 본 모든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예를 표했다. 스트로블 중령은 고인의 유품을 전달받은 이후 한시도 내려놓지 않았다.

영화 내용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어 보이나 꼭 그렇지도 않다. 미국 유해발굴 부대는 지난 2009년 철원 일대를 이 잡듯 뒤져 미군 유해 한 구를 발굴했다. 그 전에는 한국전쟁 때 한강에 추락한 미군 조종사를 찾겠다며 수년간 조사를 하고 탐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들은 지금도 전방에서 추락한 조상의 유해를 찾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몸 바친 사람은 끝까지 찾아낸다는 미군의 방침과 시민의식은 우리가 분명 본받아야 할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발굴한 국군의 유해는 대전현충원에 안장되고 유가족은 국가유공자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전쟁 때 희생된 수많은 민간인은 기초조사조차 제대로 안됐을 정도로 방치되고 있다. 우리 순창군만 해도 그렇다. 특히 복흥, 쌍치면 지역은 전쟁당시 거의 모든 건물이 불에 타는 큰 피해를 입었다. 민간인 사상자도 많았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빨치산에 피살된 자체가 죄가 되는 연좌제는 후손에게 입도 뻥긋 못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000놈 자식’을 만들어냈다. 유해발굴에 있어 군인과 민간인의 대우는 이처럼 하늘과 땅 차이였다.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홀대는 행정에서조차 그대로 나타난다. 기자는 규정을 이유로 민간인 희생자 발굴을 거부하는 순창군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지자체에서 그 복잡하고 방대한 일을 감당하기 어려운 속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나 “전쟁 때 죽은 사람이 몇 명인데 그걸 다 보상해주란 말이냐”는 말은 적어도 유가족들이 들으면 크게 실망할 망언이다.

규정을 만들어서 실태조사 몇 번 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중앙정부도 있는 부서조차 없애는 현실에서 한국판 챈스 일병은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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