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령오신/ 신신당부를 하였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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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령오신/ 신신당부를 하였건만…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1.06.2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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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 석 삼 令 명령할 령 五 다섯 오 申 거듭할 신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1

세 번 호령하고 다섯 번 거듭 일러준다

지난 해 5월 1일 개막한 ‘상하이엑스포’ 광고를 보다가 문득 옛 생각이 났다. 한ㆍ중 수교가 이뤄지기 3년 전인 1989년 여름, 필자가 한 국제세미나 참석차 상하이에 도착했을 때 한 중국 관리가 영접 나왔다. 상하이에서 우시(無錫)로 가는 서너시간 동안 나는 그동안 갈고 닦은 중국어 실력을 발휘하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는 내내 듣기만 하며 “중국인과 말할 때 지켜야할 주의사항은 이렇습니다”라는 당부의 말만 했다.

저녁식사 후 창문 밖으로 바라본 타이후(太湖)의 밤은 달빛만 교교했다. 흑백 TV에서는 중국 해방군의 항일전쟁과 국민당을 몰아내는 혁명전쟁, 덩샤오핑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동정과 정부시책, 전문교육 프로그램만 보여주었다. 마냥 마오쩌둥을 찬양하고 공산당에 환호하도록 백성들을 어린아이 취급하며 가르치려는 모습들… 재미없고 무료한 밤이었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2007년 여름 다시 찾은 태호의 밤 풍경은 휘황찬란했다. 듣기만 하고 말을 삼가던 중국 관리는 이제 한ㆍ중 합작에 열을 올리며 말을 쏟아냈다. TV프로그램은 기업의 흥망과 애정 얘기가 주류를 이뤘다. 더 이상 인민을 상대로 교육하며 주입시키던 삼령오신(三令五申)식 프로그램이 사라진 것이다.

삼령오신은 ‘사기ㆍ손자ㆍ오기열전(史記․孫子․吳起列傳)’에 나오는 얘기다. 춘추시대 유명한 군사 전문가인 손무(孫武)의 병법서를 읽고 심취한 오(吳)나라 왕 합려(闔廬)가 그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초빙했다. “나의 군대로 시범을 보여줄 수 있겠소?” “어떤 사람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여자들로도 할 수 있단 말이요?” “물론입니다.”

180여명의 궁녀를 넘겨받은 손무는 2개 부대로 나눈 후 왕이 가장 총애하는 두 궁녀를 대장으로 삼고 명령했다. “너희들은 가슴, 등, 왼손, 오른손의 위치를 아는가?” “참!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호호호” “좋다. 우향 우! 하면 우측으로, 좌향 좌! 하면 왼쪽으로 가라. 알겠느냐?” 궁녀들은 알았다고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무시했다.
“좌향 앞으로 가! 우향 앞으로 가!” 손무는 궁녀들을 지휘했지만 궁녀들은 명령을 무시할 뿐 아니라 왕의 총애를 빙자해 오히려 비웃기만 했다. 손무는 정중하게 “너희들이 따르지 않는 것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사령관의 과실이 크다”며 다시 구령을 일일이 설명한 후 북을 울리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궁녀들은 깔깔대며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내가 이미 세 번을 명령하고 다섯 번을 거듭 말해 너희들이 알아들었음에도 따르지 않는구나! 이는 분명히 너희들 대장의 과실이다.”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부하를 시켜 양쪽 대장들의 목을 치라고 명령했다. 놀란 왕이 손무에게 살려주라고 간청했다. “사령관이 군권을 행사할 때 때로는 왕의 명령을 받들지 않아도 됩니다.” 끝내 대장 궁녀를 참수해버린 손무! 그가 다시 또박또박 조용히 명령했다.

이럴 수가! 손무의 명령에 궁녀들이 잘 따랐으며 감히 비웃거나 장난치는 일도 없어졌다. 그를 군사(軍師)로 세운 오왕은 훗날 춘추오패(春秋五覇) 중 한 명이 됐다. 후세 사람들은 한 번에 말을 잘 듣지 않다가 여러 번 듣고서야 일을 행하는 사람에게 주는 경고의 말로 이 성어를 썼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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