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식위천/ 먹어야 양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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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이식위천/ 먹어야 양반인데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9.10.0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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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 (백성 민), 以 (써   이), 食 (밥   식), 爲 (할   위), 天 (하늘 천)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02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 《사기》 역생(酈生)ㆍ육고열전(陸賈列傳)에 나온다.
1990년대 초 중국에 갔을 때, 큰길가의 건물들에 빨간 글씨로 쓰인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 플래카드가 많이 걸려 있었던 모습은…, 이제는 많이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중국은 서방의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화가 되는 바람에 서부의 일부 빈곤지역을 제외하고는 ‘먹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중국인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어디가 돈을 더 많이 주느냐?’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을 뿐이다. 열심히 돈을 좇는 그들의 마음속에는 아마도 ‘민이전위천(民以錢爲天)’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시황이 죽고 유방과 항우가 천하를 다투어 가고 있던 때, 진류현(陳留縣)의 고양(高陽)이라는 시골에 역이기(酈食其, 역생)라는 한 가난한 선비가 있었다. 그는 책 읽기를 좋아하였으나, 집안이 몰락해서 의식(衣食)을 해결할 생업을 갖지 못했다. 진승과 오광이 군사를 일으킨 이후, 여러 곳을 다니며 수십 명의 장수들을 만나 봤으나 아무도 그를 쓰지 않으려 했고, 또 스스로 생각하기를 그들이 자기의 계책을 받아들일 만한 인물들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체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유방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보고 유방 휘하에 있던 고향사람을 통해 어렵게 유방을 만나게 되었다. 유방이 두 여자에게 발을 씻기며 거만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역생이 양손으로 읍을 할뿐 절을 하지 않고 고개를 정면으로 들고 따지듯이 물었다.
“족하께서는 진을 도와 제후를 치려는 겁니까? 그 제후들을 이끌고 진을 치려는 겁니까?”
“이 글이나 파먹는 선비 놈아! 어찌 네 입에서 진을 도와 제후들을 친다는 말이 나온단 말이냐?”
“도당을 모으고 의병을 일으켜 진을 친다는 분이 이렇게 다리를 내밀고 걸터앉아 연장자를 맞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유방이 바로 발 씻기를 멈추고 의관을 갖추었다. 바로 역생을 상좌에 앉히면서 사과하고 계책을 청했다.
역생이 마침내 한 계책을 내어 천하의 요충지이며 곡창인 진류현 지역의 항복을 받아내었다. 유방의 신임을 얻은 역생은 여러 제후들에게 유세하여 유방의 세력을 키워줬다.
어느 해, 항우가 우세한 병력으로 유방을 치니 성고의 동쪽을 내주려고 하였다. 역생이 앞으로 나가 오창(敖倉, 오산에 있던 큰 식량창고)이 있는 지역을 지킬 것을 주장하였다. 
“하늘을 하늘로 아는 자는 왕업을 성취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자는 왕업을 이루지 못합니다. 왕자(王者)는 백성을 하늘로 알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안다(王者以民人爲天, 而民人以食爲天)는 말이 있습니다. 오창은 수년 간 식량을 저장해 온 곳인데, 항우가 형양은 굳게 지키면서도 오창의 방비를 소홀히 하고, 죄를 지어 변방으로 쫓겨난 병사들에게 성고를 지키게 하고 있는 것은 하늘이 왕을 돕고 있는 것이라 봅니다. 지금이야 말로 초를 칠 적기입니다.”
유방이 그의 계책을 받아들여 군사들을 보내 오창(敖倉)을 지키게 하였다.
중국의 오래된 속담이다. 백성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중국 역대 황제의 최대 과제는 어떻게 하면 백성을 잘 먹이느냐에 있었다. 적어도 먹게만 해주면 태평성대라고 칭송받을 수 있었다. 역대의 민란은 대개가 먹지 못했던 데서 발생하였으므로 자연히 국가도 백성을 먹이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양식을 중시하여 왔다. 먹는 것은 백성의 가장 중요한 생활 내용이면서 동시에 정부가 해내야 할 중요한 직책이기도 했다. 먹는 문제는 작게는 개인의 건강문제에서 크게는 사회의 안정문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이 속담을 통해 중국이 고대로부터 먹는 문제 즉, 민생문제를 중시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시대를 책임지고 있는 위정자들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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