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우리역사(1) 기자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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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역사(1) 기자조선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19.10.1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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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화사대사상(慕華事大思想)의 산물, 기자조선

꿈에 금나라 태조를 만나다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후 ‘무치생’(無恥生,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 연고도 없이 압록강을 건너 우리 옛 영토였던 만주대륙을 배회한다. 망국의 현실을 뉘우치면서 5, 6개월을 밤낮으로 고민하던 무치생은 음력 10월 3일에 꿈을 꾸게 된다.
무치생은 한 전각 앞에서 “오늘날 우리는 어찌하여 작은 조선도 제대로 보전하지 못해 다른 민족에게 땅을 뺏기고 몰락하게 되었는가? 푸른 하늘이여, 우리 민족만이 이 무슨 일인가”하고 탄식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때 중국을 호령했던 금나라 태조가 나타나 “네가 어느 나라 백성인데 이리 슬피 우느냐? 하늘을 부르며 슬퍼하고 애원하니 어떠한 원한이 있느냐? 숨김없이 모두 말하라” 하였다. -중략- “평소 읽은 것을 한 번 외워 보아라”하고 황제(금 태조)가 말했다.
무치생이 어릴 때 처음 배운 《십팔사략》과 《자치통감》의 첫 편을 외우니, 황제가 물었다. “그것이 조선의 고대사인가?” 무치생이 대답하길 “아닙니다. 중국의 고대사입니다”
황제가 말했다. “나라의 모든 사람이 처음 배우는 책이 모두 이런 것이냐? 허허, 수천 년 조선은 형식만 조선일 뿐, 정신의 조선은 망한 지가 이미 오래구나. 태어나서 처음 배우는 책이 조선의 역사가 아니라 중화의 역사이니, 어릴 때부터 노예 근성이 뇌에 박혀 평생 학문이 모두 노예학문이고, 사상이 노예사상이구나. 너희 조선은 망할 수밖에 없었구나.”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의 역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박은식(1859~1925)이 망명지 서간도에서 1911년에 집필한 <몽배금태조>(꿈에 금나라 태조를 만나다)라는 소설의 앞부분이다. 박은식은 조선 망국의 원인인 모화사대사상(중국의 문물과 사상을 흠모하여 따르는 사상)을 반성하면서, 용감무쌍하게 대륙을 호령하던 ‘금나라 태조’의 입을 빌려 그릇된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무치생‘인 자신과 조선 백성들을 책망하는 통렬한 회개의 뜻을 설파했다.

기자조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근대 역사학이 형성되기 이전에는 고조선의 역사를 단군조선, 기자조선, 위만조선의 3개 시기로 구분했다. 그중 기자조선(箕子朝鮮)은 중국 상(은)나라의 왕족인 기자(箕子)가 조선에 와서 왕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시작된다. 이른바 기자동래설이다.
기원전 12세기경의 인물인 기자에 대해 공자의 《논어》 등에 현인(어질고 총명한 사람)이라고 언급하고는 있지만 기자가 조선으로 가서 지배자가 되었다는 서술은 보이지 않는다. 기자조선은 한나라 때인 《상서대전》과 《사기》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를 멸하자, 은나라 왕족이었던 기자가 주나라의 지배를 거부하고 조선으로 망명했고, 무왕이 이를 듣고 기자를 조선에 봉했다고도 한다. 후대에 올수록 중국의 역대 사가들은 기자동래설을 더욱 요란하게 각색했다. 중국 역사가들은 중화사상에 기초해서 주변 나라 시조들을 자기 나라와 연관시켜 역사책에 기록해 놓는 관습이 있었다.
현재 남북한 역사학계에서는 기자조선이 실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첫째 주나라는 그 무렵 황하 유역에 한정된 나라였으므로 요동과 한반도 북부에 있었던 조선에 기자를 봉할 수 없었고, 둘째 기자가 고조선에 왔다는 기록이 한나라 이전의 문헌에서는 일체 보이지 않는다는 점, 셋째 한반도 서북지방에서 요동과 요서 지방까지 은ㆍ주나라 문화유물이 전혀 나온 적이 없다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그러나 세상을 중화와 오랑캐로 나누어 바라보던 고려와 조선의 유학자들은 중국에서 온 기자를 우리 선조로 삼으면 우리 민족이 오랑캐가 아니라 중화가 된다고 생각했다. 기원전 12세기 때 인물인 기자는 그가 사망한 2400여년 후인 고려 중ㆍ후기(12세기부터 14세기까지)에 그의 사당과 가짜 무덤 등 유적들이 이 땅에 만들어졌다. 기자가 고조선에 와서 왕이 되었다는 전설을 믿고 싶었던 사대주의 유학자들은 굳이 진위를 밝힐 생각도 하지 않았다. 기자조선이 평양에 있었다는 것은 후대 사람들의 상상의 산물이다.

※우리 역사에서 잘못 알려져 있는 일반적 통념이나 쟁점이 되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정리해보는 역사기획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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