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상득지/ 천하를 얻은 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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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상득지/ 천하를 얻은 후에는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9.10.2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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馬 (말 마) 上(위 상) 得(얻을 득) 之(갈 지)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03

《사기》 역생ㆍ육고열전(酈生ㆍ陸賈列傳)에 나온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공채출신이 중앙부처 국장에 오르면 당연한 것이고 그 위 차관이 되면 출세한 것이다. 물론 장관이 되면 더 이상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없을 것이겠지만…
그는 일의 능력은 좀 모자랐으나 사람 사귀기를 좋아했다. 특히 자기에게 이득이 될 만한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그들의 청탁도 적당히 챙겨주며, 말하자면 상부상조하여 마침내 차관 자리까지 올랐다. 온갖 노력을 다해 ‘마상득지’한 것이다. 더 이상 욕심내지 말고 뒤를 돌아보며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분별했어야 하는데 그는 그러지 못했다. 평소처럼 자연스레 받아 넣고 술잔을 기울이며 같이 어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정(司正) 실적을 올리고 싶은 이들이 그런 그를 놓칠 리가 없었다. 골프를 마치고 돌아온 그의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 봉투를…. 100일도 못 채운 차관생활이 끝나는 날이었다. 잘 지키지 못한 것이다.
육고는 한나라 고조 유방의 빈객으로서 유방의 천하통일을 도운 사람이다. 변설(辯舌)의 재주가 있어 유방의 측근에 있으면서 자주 제후들에게 사자(使者)로 나가곤 하였다. 위타(尉他)가 남월을 평정하여 왕이 되었을 때, 고조가 육고를 시켜 왕의 인(印)을 내리고 남월왕으로 봉하게 하였다. 위타가 고조를 깔보는 것을 본 육고가 위타의 우매함을 지적하면서 설복시켜 남방의 우환을 없애는 공로를 세워 태중대부에 올랐다.
육고는 대전에서 고조에게 말할 때마다 《시경》과 《상서》의 내용을 자주 인용하여 말하므로 고조가 짜증을 내고 꾸짖었다. “나는 말 등에 올라타 천하를 얻었소. 어찌 《시경》과 《상서》 따위에 얽매이겠소?” “말 등에 올라타 천하를 얻었다고 하여 어찌 말 등에 올라타고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居馬上得之, 寧可以馬上治平)? 옛날 은나라 탕왕과 주나라 무왕은 무력으로 천하를 얻었지만 민심에 순응하여 나라를 지켰습니다. 이와 같이 문과 무를 함께 쓰는 것이 나라를 길이 보존하는 방법입니다. 옛날 오나라 부차와 지백(智伯=晉나라 실력자)은 무력을 지나치게 쓴 탓에 멸망하였고, 진(秦)나라는 형법만을 쓰고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에 멸망한 것입니다. 만일 진이 천하를 통일 한 뒤에 인의를 행하고 옛 성인을 본받았다면 어떻게 폐하께서 천하를 얻어 한나라를 세울 수 있었겠습니까?” 고조는 듣기에 못마땅했지만 부끄러워하는 낯빛을 하고 말했다. “나를 위하여 진나라가 어떻게 천하를 잃었고, 내가 어떻게 천하를 얻었으며, 또 고대 국가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글을 지어 올리시오.”
육생(육고)은 국가존망의 징후에 대하여 대략 서술하여 모두 열세 편을 지었다. 육생이 한 편 써낼 때마다 고조에게 바쳤는데 고조가 그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좌우의 근신들이 축하하고 만세를 부르며 그 책의 이름을 《신어(新語)》라고 했다.
말을 타고 다니며 동분서주하여 천하를 얻었다. 즉 군대의 힘으로 천하를 얻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의 의미와 더불어 사람들은 유방의 위대함을 말하고 한다. 즉 마상득지에 이어 ‘수성(守成)하기 위한 노력’ 즉,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부족한 점을 신하들에게서 배우려고 했다는 점을 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 중에는 권력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 하지만, 권력을 잡고 나면 임기동안 어찌해야 하는 지보다 권력을 즐기는데 관심을 더 갖는 것 같다. 자기 임기 때 그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다음 주자에게 ‘이전 보다 더 발전된 나라’를 넘겨줄 의향이 없는 것 같다. 특히나 볼썽사나운 것은 그 권력 주변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후안무치한 자들이 더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다.
그들이 과연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 욕심일까? 늘 ‘이번 정부는 그러지 않겠지’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져 보지만, 지난 3-40년 동안 그런 기대를 갖는 것이 그저 희망사항일 뿐임을 이제야 알게 된 것 같다. 씁쓸하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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