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조국정국’에서 확인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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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국정국’에서 확인한 것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19.10.2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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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장관의 사퇴로 들끓었던 정국이 1차 매듭 됐다. 사퇴 당일부터 언론들은 그가 왜 사퇴했는지, 사퇴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두고 마치 모든 것을 훤히 알고 있는 것처럼 요란을 떨었다.
그런데 2개월 동안 지속된 ‘조국정국’의 혼란 속에서 오히려 안개가 걷혔다. 모호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것들,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 선명해졌다. 어떤 이는 이번 사태 속에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수많은 사회적 숙제와 고민거리들이 드러났다고 한다. 또 다른 이들은 진보세력의 이중적 민낯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이 보고 깨달은 것은 기득권의 뻔뻔스러움과 악착스러움, 혹세무민이나 다름없는 거짓말이었다.
바둑에 ‘흔들기’라는 용어가 있다. 형세가 불리한 쪽이 판을 역전시키기 위해 도발적인 수를 시도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조국정국’은 기득권세력과 이에 놀아난 집단들이 한 통속이 되어 벌인 ‘문재인 정부 흔들기’의 절정이었다. 총선은 다가오는데 자신들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릴 필요가 절박해진 정치세력, 필사적으로 개혁을 막아 이미 움켜 쥔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세력, 아직도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며 잃어버린 ‘밤의 대통령’이라는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세력과 결과적으로 이에 동조한 언론, 그리고 이번 사태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자본세력.
살아있는 권력! 이번 사태에서 수 없이 들은 말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인가? 2016년의 촛불은 문재인 정부에 권력을 맡겼지만,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지배적 주도권은 여전히 수구세력이 움켜쥐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조국 장관이 살아있는 권력이었나?
우리는 보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보고 있다. 누가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권력인지. 불법을 저질러 놓고도 “우리에게는 법을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 대통령의 인사권조차 비웃으며 호기롭게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 언론자유에는 거짓말할 자유도 포함되는 것인지 팩트체크(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거짓 보도를 쏟아내며 여론몰이를 하는 언론들, 그리고 일반 시민이었다면 진즉 법의 심판을 받고 격리되어 있을 거대자본세력, 이들이야말로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닌가?
조국 이후가 시작됐다. 조국 낙마는 저들을 고무시켰다. 그리하여 그들의 문재인 정부 흔들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조국 이후의 정국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역사의 수레를 한발이라도 더 앞으로 끌고 나가려는 자와, 모든 개혁을 거부하고 수레를 엎어버리려는 자들 간 싸움이 계속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복기해 볼 것들이 있다. 안희정, 이재명, 김경수, 조국, 현 집권세력의 차기유력주자들이 차례로 낙마된 사건들 말이다. 잠재적 후보들이 단 2년 만에 차례로 이렇게 상처 받고 사라진 적은 한국 현대사에 일찍이 없던 일이다. 정보기관에 의한 감시, 강제 연행, 고문이 행해졌던 폭압적인 독재정권 치하도 아닌데 말이다. 이것은 거대한 세력들에 의해 정치적 공작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 할 수 있다.
사실 정권을 빼앗긴 적폐세력과 수구기득권세력의 대반격이 언젠가 시작 되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만 이번 사태로 그들이 부활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다음 선거에서 상대하기 두려운 차기주자 때리기를 계속할 것이다. 도덕적으로 흠집을 내서 국민들에게 비호감 이미지를 조성하고 진보세력 갈라치기를 시도할 것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국정국’의 결과 진보세력은 치명적이진 않지만 꽤나 큰 상처를 입었다. 그래도 우리는 비틀거리면서라도 수레를 앞으로 끌고 가려는 세력의 편에 서서 그들에게 힘을 주고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세상은 바뀌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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