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43) 술을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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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43) 술을 마시며
  • 조경훈 시인
  • 승인 2019.10.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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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 아원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陶潛 도잠(연명)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오두막을 지어 사람들과 더불어 사니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시끄러운 수레 소리도 들리지 않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묻노니, 그대는 어찌 그렇게 살 수 있는가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마음이 속세에서 벗어나니 사는 형편도 절로 한적해지도다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다가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산기운은 저녁이라 더욱 고운데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날던 새들도 서로 짝을 지어 돌아가네
此間有眞意(차간유진의) 이 가운데 참된 뜻이 있어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말하려 하니 이미 말을 잊었네

술이란 무엇인가? 술을 마시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진다. 그 까닭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 곱게 삭아져서 진액이 된 것을 술이라 하였으니 그 술은 죽은 신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했다. 그러기에 그 술을 마신 사람은 기분 좋은 한 세상을 더 산다 했다. 그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꿈꾸기를 좋아했고 사랑을 속삭였으며, 아름다운 시를 쓰고 그림 그리기를 즐겨했다.
예부터 중국에서 술을 좋아하는 시인이 이백(李白), 두보(杜甫) 등 여럿이 있지만 그중에 도잠(연명)도 빠지지 않는다. 이 분의 시 속에는 편편유주(篇篇有酒)라 했는데 그렇게 술을 마시고 단번에 쓴 시 이십편 가운데 다섯 번째의 시가 바로 여기에 소개하는 시다. 특히 한시를 좋아하고 술을 마시면서 도연명을 이야기하다 보면 다섯 번째 줄에 있는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나라’를 서로 나누며 읊을 줄 알아야 하고 세 번째 줄 <문군하능이 심원지자편> ‘묻노니, 그대는 어찌 그렇게 살 수 있는가? 마음이 속세에서 벗어나니 사는 형편도 저절로 편해지도다’라고 서로 말을 거닐며 사는 멋이 선비들에게 있었다. 이는 술을 마시고 딴 세상 속에서 살며 멋지게 쓴 절창의 시다.
도연명 하면 1600년 전에 쓴 귀거래사(歸去來辭)가 떠오른다. 시인 듯이 이 시를 인용해 읊었고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런데 이 시는 그가 42세 때 어느 고을 현령으로 있을 즈음 관찰관이 순시를 오면서 의관속대하고 엎드려 맞으라 하매 “나는 그럴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쓴 시가 바로 유명한 귀거래사가 되었다.
‘전원이 황폐해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느냐?’로 시작되는 이 시는 우리가 갖고 사는 천부적인 귀소본능의 마음이 시 전편 속에 반짝이고 있다.
우리 모두도 언제인가는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때 어떤 귀거래사를 남겨볼 것인가? 그래서 우리 곁에는 늘 술이 있다.

※도잠(陶潛) 365-427 중국 동진 때 시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주로 시를 썼으며 귀거래사가 유명하다. 중국의 서정시가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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