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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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 선산곡 수필가
  • 승인 2019.11.0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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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15)

 

벌써 몇 개월 그 창가에 앉는다. 처음엔 긴 의자와 바퀴달린 침대가 놓여있던 공간이었다. 어느 날 그 물건들이 치워지더니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무슨 터를 만드나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찻집이라고 했다. 창가의 기역자 공간에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높이로 에스 자 담을 쌓고 그 안에 흙을 채운 뒤 종려나무, 참빗살나무, 팔손이 등을 심었다. 타일바닥 위에 채워진 흙에서 저 나무들의 뿌리가 어디로 뻗어나가나 싶었지만 관여할 일은 아니었다. 아무튼 그 맞은편 공간에 칸막이가 세워지고 그다지 크지 않는 커피주방이 만들어졌다. 바리스타 아가씨 둘이 언제나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그 찻집이 생기기 전에는 멀리 떨어져있는 휴게소 벤치에 앉아있어야 했던 우리로서는 그 동안의 불편이 단번에 해소된 셈이었다. 이후로 일주일에 세 번, 그 곳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앉아 100분 시간을 보내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늦가을이 된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다보니 한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미소를 짓기도 한다. 살다보니 한숨의 장소도 정이 드는 모양이다. 언제 나는 그곳에 발길을 끊을 수 있을까.
사는 집 오른쪽에 새 도로가 뚫리고 이어 들어선 큰 건물들이 한 3, 4년 비어있었다. 어느 날 보니 경쟁하듯 2개의 찻집이 생겼다. 언젠가 이 근방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찻집이 생겼으면 정말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나로서는 반가운 입점이었다. 곧바로 한 집을 들렀다. 여름인데도 발밑에 서큘레이터가 필요할 만큼 냉기가 순환되지 않았다. 천장에 에어컨이 있어 잠시 후면 몸을 식힐 순 있을지 몰라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을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선풍기라도 있었으면 했지만 그 불만이 나만의 것이라서 크게 따질 것이 못되었다. 의자도 너무 낮고 깊숙해서 불편했는데 잠시 후 살펴본 분위기가 영 아니었다. 남자 하나가 어슬렁거리며 자주 들랑거리는 것이 아마도 옆에 위치한 부동산업주가 겸업을 하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에는 아들 같아 보이는 젊은이가 왔다 갔다 문을 여닫고, 커피를 내리는 주인여자는 몇 안 되는 손님자리를 수시로 눈으로 훑고 지나가곤 했다. 보아하니 그 식구들은 물론이요, 친구들까지 와서 떠드는 게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신장개업의 관심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의 분위기는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며칠 후엔 또 다른 집을 들렀다. 아래층엔 테이크아웃 위주인지 의자가 없어 이층으로 올라갔다. 가로수인 느티나무가지가 창 가까이 드리워있어 일단 기분이 안정되었다. 바닥에서 한 뼘 쯤 높은 턱 공간에 무심코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1분이나 지났을까, 아래층에서 아가씨가 올라오더니 신발 벗고 올라가야하는 곳이라며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말하고 내려갔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십시오.’ 라는 종이가 그 한 뼘 높이의 턱에 붙어 있었지만 눈에 잘 뜨이지 않았다. 잠시 후 올라온 사람마다 그 바닥위에 올라서고 있었다. 벌써 여러 팀. 그때마다 아래층에서 남자와 여자가 번갈아 올라왔고 올라갔던 사람들 모두 무색한 표정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아래층에서 늘 모니터를 보고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누가 방도 아닌 공간에 신발 벗고 올라가 등받이도 없는 의자에 앉을까. 더구나 감시 받고 있는 기분이 들어 더 오래 앉아 있고 싶지도 않았다. 젊은 남녀가 주방 안에서 다투고 있다가 우리가 나가도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도 없었다.
그만 가도 좋은 곳에 있는 찻집은 그래도 정이 들었는데, 집 가까이 생겨 좋다했던 찻집들은 단 한번으로 발길을 끊어야했다. 교회만큼이나 많이 생긴 찻집. 흔히 말하는 커피숍이다. 그 커피숍의 분위기가 질 나쁜 커피 맛처럼 쓴 집도 많다. 거기에 차분한 음악이 있는 집도 별로 없다는 불만은 나만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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