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고통으로 가득한 연극 ‘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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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고통으로 가득한 연극 ‘만선’
  • 김수현 기자
  • 승인 2019.11.0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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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배우 지미리 씨 출연, 극단 ‘녹두’ 첫 작품

 

망망대해에 배가 한 척 떠있다. 가족의 첫 나들이인 모양인데 요상하다. 서로를 밧줄로 묶고 죽자고 싸움질에 심지어 총질까지 한다. 미장일을 하다 다쳐 환상통으로 술과 도박에 빠진 아버지와 없는 살림에 교회에 헌금을 쏟아 붓는 어머니, 비리로 수배 직전인 경찰 아들, 장애로 제 몸 건사가 힘든 딸, 정신 줄 놓은 할아버지. 희망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는 이 우울한 가족에게 밧줄은 상징적이다. 서로를 묶고, 서로를 옥죄는 이들에게 가족은 벗어날 수 없는 난파선일 뿐이다. 이들에게 등대는 없다. 구조선도 없다. 작품은 실낱같은 희망도 단호히 거부한다. 작품은 묻는다. 당신의 몸에 밧줄이 묶여있다. 지금이 솔직해질 마지막 시간. 절망과 고통으로 가득한 이 ‘만선’을 어찌할 것인가.
김원 작 정상훈 연출의 연극 ‘만선’이 지난 5일 향토회관에서 성황리에 펼쳐졌다. 순창군이 주최하고 극단 미지와 녹두가 제작ㆍ연출한 이 연극은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 창단한 순창의 첫 정극단 ‘녹두’의 첫 무대이기 때문이다. 극단 ‘녹두’는 이 연극에서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 지미리 씨가 2016년 귀농하여 올해 순창에서 창단하는 극단이다. 지미리 씨는 “그동안 배우로서의 역할에만 몰두했다면, 지역에서 재능 있는 후배를 키워내고, 지역의 문화예술을 보듬는 선배이자 후견인으로도 살아보려고 한다. 연극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명연기였다. 사는 게 참 힘들다고 여겼는데,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힘을 받았다.”(조기숙, 금과 목동), “오늘 남편과 다퉜는데, 서로 이해를 해야 쓰겄네요.”(최현숙, 순창읍 옥천) “내가 얼마나 가족으로 인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힘과 용기를 얻었는지 되돌아봤다.”(김은영, 유등) 연극 관람 소감을 밝히는 주민들의 눈자위가 붉었다.
군은 이 열기를 11월 문화가 있는 날, 삼국지 중 적벽대전을 다룬 판소리극 ‘화용도’, 12월에는 상주단체 공연 ‘항아리 아씨전’과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의 밤’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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