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의 고사성어(204)- 한번 한 약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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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섭의 고사성어(204)- 한번 한 약속은
  • 정문섭
  • 승인 2019.11.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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季布一諾(끝 계, 베 포, 한 일, 승낙할 낙 )

《사기》 계포ㆍ난포열전(季布ㆍ欒布列傳)에 나온다. 믿을 만한 사람의 틀림없는 승낙이란 뜻이다.
내 친구 ㄱ은 미생(未生)같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 한 번 약속을 하면 끝까지 지킨다. 그와 만날 약속을 하였는데 가지 않으면 다섯 시간도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친구라 늦게라도 가야한다.
그런 그가 대학 3학년 때 한 후배와 사귀다가 군에 갔다. 군 제대를 하면 결혼하기로 약속하였는데, 말차 휴가 때 와보니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졸업과 동시에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것이다. 망연자실한 그는 어렵게 수소문하여 그녀를 서울역 근처 다방에서 만났다.
“네가 이미 시집을 갔으니 이제 어찌하겠느냐. 아들 딸 낳고 잘 살아라. 다만 나중에 죽기 전에 한 번은 만나고 싶구나. 40년 후 이날 정오에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나면 어떨까?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니까.”
그녀도 동의하였다. 내년이면 40년이다. 8월 15일까지는 몇 달 안 남았다. ㄱ은 지금 매우 초조하다. 나오겠지? 어떤 옷을 입고 가지? 머리에 물을 들여야 할까? 안 나오면? 죽었기 때문에? 잘못 살아 불행해져서?
확신에 찬 ㄱ은 오늘도 날짜를 세고 있다. 지금도 ‘믿을 만한 사람과 약속’을 하였다며 설렘 속에 살고 있다. 그날 사진을 찍어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나도 궁금하다. 올까? 

계포는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놓고 각축을 벌일 때, 항우의 휘하에 있었던 장수로서 여러 차례 유방을 괴롭혔다. 항우가 죽은 후 쫓기는 신세가 된 계포의 목에 유방이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다. 그러나 신망이 두터운 그를 복양에 사는 주(周)씨가 숨겨 주었고, 노나라의 주가(朱家)가 유방의 측근인 등공(縢公)을 통해 유방을 설득했다. 마침내 유방이 계포를 용서하고 낭중에 임명하였다. 
계포는 젊었을 때부터 의협심이 강했고 한번 약속을 하면 끝까지 지키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그를 더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그 당시 초나라 사람으로 조구(曹丘)였다. 그는 뛰어난 변설로 실력자와 어울리며 지내고 있었는데, 문제(文帝)의 외숙인 두장군(竇長君)에게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이를 알게 된 계포가 두장군에게 ‘조구를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조구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오히려 계포와 사귀려 하였다. 이를 본 두장군이 조구를 말렸다.
“계포가 그대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가지 않는 게 좋겠다.”
그러나 조구가 도리어 두 장군의 소개장을 갖고 계포를 만나러 왔다.
“초나라 사람들의 말에 황금 백 근을 얻는 것보다 계포의 승낙을 얻는 것이 더 낫다(得黃金百斤 不如得季布一諾. 득황금백근 불여득계포일낙)는 말이 있습니다. 나도 그대와 동향으로서 내가 돌아다니며 당신의 이름을 천하에 날리게 할 수 있는데 어찌하여 나를 멀리 하십니까?”
계포가 크게 기뻐하고 몇 달 동안이나 상객으로 후히 접대하며 같이 지냈다. 조구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계포를 선전하니 계포의 명성이 더 높아졌다.
이 성어는 주로 신의를 중히 여겼던 사람들을 칭송하기 위해 인용되어 왔다. 우리가 흔히 쓰는 ‘장부의 한 말이 천금같이 무겁다’,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 등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약속은 초심을 지키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초심의 약속을 끝까지 견지하지 못하여 불행하게 된 사람들의 예가 우리 주위에 많기 때문이다. 백년해로한다던 부부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하거나 일가족이 동반자살까지 하고, 돈을 많이 벌어 기부도 하고 직원들을 잘 돌보겠다던 사업가는 개인의 이익을 챙기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있다. 또 명망 있는 정치가가 뒷돈의 유혹에 넘어가 옥중에서 한탄하며 여생을 보내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 
더 나아가 약속은 내세우는 것보다 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 빈말에 그치면 불신을 자초하고, 불이행이 반복되면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게 된다. 위선자로 전락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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