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235) ‘나’를 살리는 일과 죽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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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235) ‘나’를 살리는 일과 죽이는 일
  • 박재근 고문
  • 승인 2019.11.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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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자불사 생생자불생(殺生者不死 生生者不生) “삶을 죽이면 죽지 않고 삶을 살리면 살지 못한다.”<장자>
욕망 욕구 욕심은 삶의 본질이며 괴로움의 본질이다. 삶을 죽인다는 것은 괴로움의 본질인 욕망을  죽인다는 뜻이며 삶을 살리면 살지 못한다는 것은 욕심을 살리면 마음이 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삶을 몸 눈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참 나를 잃고 참 나를 잃으면서 참 삶을 잃는다. 거짓된 ‘나’가 죽어야 眞實(진실)한 ‘나‘가 살며 미운 ‘나‘가 죽어야 아름다운 ’나‘가 살고 악한 ’나‘가 죽어야 선한 ’나‘가 산다. 남과 융합하는 ‘나’가 되어야 한다. 세상이 고통스러운 것은 사람들이 보이는 자기를 높이려고 남과 불화하면서 융화를 해치기 때문이다.
큰 나는 자신을 나타내지 않고 정신세계를 성현들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면서 마음을 살리고 작은 나는 몸 눈으로만 사물을 보기 때문에 보이는 나만 높이려고 돈과 지위와 명성을 남과 비교하고 다투면서 마음을 괴롭힌다.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몸을 보전할 만큼의 의식주로 필요를 줄이면 마음을 괴롭히는 이유는 줄어든다. 나를 살리는 것은 몸의 주인인 마음을 살리는 것이다. 마음을 살리기 위해선 마음이 자기 밖의 사물에 지배당하지 않아야 한다. 마음이 자기 밖의 세속 가치에 끌려 다니면 나를 잃으면서 마음은 지치며 괴로워진다. 남보다 부귀하게 살고 싶은 욕심은 마음을 추악하게 하여 하찮은 일로 남과 다투면서 미운 나를 만든다.
작은 나는 마음눈이 어둡기 때문에 정신세계에 대한 흥미를 모른다. 때문에 마음보다 몸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며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언행을 하고 사람보다 이익을 중시하며 자기주장만 앞세움으로 남과 자주 충돌하면서 괴로움을 만든다. 큰 나는 자신을 사람 아래에 두고 약한 사람을 섬기며 약자들을 위한 세상을 지향한다. 큰 사람이 스스로를 낮추는 것은 물이 아래로 흘러 바다를 이루는 이치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마음이다. 때문에 인생을 통달한 현자들은 자기를 나타내는 세속적 부귀영화에 관심을 두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내면을 잘 가꾼다. 나무를 잘 가꾸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뿌리에 퇴비를 주어 땅을 비옥하게 한다.
뿌리가 좋은 나무는 밖의 환경에 의해 잎사귀와 줄기가 상하더라도 회복할 수가 있지만 뿌리가 병들면 죽는다. 드러나지 않는 뿌리가 약하고 드러나는 부분이 강성하면 나무는 가뭄과 강풍 등 바깥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다. 나무가 병들거나 가뭄으로 고사 위기에 처할 때 나무를 살리는 방법은 나뭇가지를 과감하게 줄여 없애는 것이다. 잎사귀와 가지가 잘려 나가도 뿌리만 온전하다면 되살아날 수 있지만 뿌리가 죽으면 영원히 죽는다. 공부가 잘 안될 때, 원하는 대학입시에 실패할 때, 취직이 안 될 때, 직장을 잃었을 때, 승진에 실패할 때, 사업의 실패로 마음이 심한 고통으로 위기에 처할 땐 세속적 욕망을 과감히 버림으로서 마음을 구해야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일에 실패하더라도 뿌리인 마음만 튼튼하다면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다.
죽음은 가진다는 것이 부질없는 어리석음에 불과함을 일깨워준다. 잠시 후에 자신이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면 가지려는 욕심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가지려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가지려는 집착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학문을 하는 것은 인생의 도리를 알기 위함이고 인생의 도리를 안다는 것은 사람의 삶과 죽음의 뜻을 아는 것이고 삶과 죽음의 뜻을 알게 되면 생사를 초월하려 하고 생사를 초월하려면 날마다 ‘나’를 덜어내야 함을 아는 것이다. 덜고 덜어내 ‘나’를 의식하지 않는 지극한 경지에 이른 사람은 ‘나’라는 의식을 지워버림으로서 남이 나를 모욕하고 천대하더라도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 깨달음이 무엇이냐의 물음에 똥친 막대기가 되는 것이라는 고승의 답변과 일치하는 경지이다.
도가 통한 사람은 생과 사를 하나로 본다. 보이는 나를 죽일 줄 아는 사람은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며 죽음을 초월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가지려는 욕심 때문에 진실을 잃고 거짓에 혹하고 가지려는 뜻이 막히면 좌절하며 화내고 미워하며 속이고 다투면서 죄악을 만들고 아름다운 마음을 잃게 된다. 마음은 나의 핵심이며 실체이다. 보이는 나는 작은 나이고 보이지 않는 나는 큰 나인데 사람들은 자신의 뿌리인 마음을 가꾸는 데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을 나타내는 일에만 열중한다.

글 : 박재근 전북흑염소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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