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 노력까지 격려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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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 노력까지 격려하는 사회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9.11.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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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4일은 국가기념일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날이다. 초·중·고 학창시절만 12년, 어린이집까지 합치면 15년 넘게 노력(?)한 청소년이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시험 보는 날이다. 경찰이 비상근무를 하고, 관공서 출근시간이 늦춰지고, 기업체에도 협조를 요청하고, 수험장 인근 군부대의 병력 이동을 자제하고, 지하철 열차 마을버스 등 배차시간을 단축하고 운행시간은 늘리고, 시험장 200미터이내 차량출입 통제, 영어듣기평가 시간(25분간)에는 항공기 이착륙과 포 사격ㆍ전차이동을 금지하며 “수험생들이 불편 없이 수능을 치를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고3 교실은 텅 빌 것이다. 학생들을 붙잡아둔 단 하나의 명분이었던 수능시험이 효력을 다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학생을 붙잡을 명분을 잃어버린 학교들은 여러 궁여지책을 동원하지만 뾰쪽한 방안을 찾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 대입이 아니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교실, 입시에만 매몰된 우리 교육의 민낯이다. 수능시험은 특성화고등학교를 제외한 대부분 고등학교의 교실을 지배한다. 학교는 수능시험 교과에 맞춰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학생은 수능에 맞춰 과목을 선택한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수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일반고 교실에서 수능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많지 않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공교육이 하나의 정답만을 외우도록 하는 객관식 5지선다형 상대평가에 머물고, 남보다 1점이라도 더 맞는 것이 중요한 수능시험에 매몰되는데 창의성, 정체성을 가진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까? 학교 교육은 모두를 위한 보통교육이어야 한다. 공교육이 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되면 취업을 준비하거나 자신의 인생을 다른 방법으로 준비하는 이들을 도울 길도, 도울 수도 없다. 공교육은 그에 맞는 평가와 입시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교육을 할 것인가를 정하고 그에 맞는 평가와 입시를 만들어야지, 그 순서가 뒤바뀌면 교육도 입시도 실패한다. 그런 교육에서는 희망과 미래를 말할 수 없다.
한국사회에서의 공부는 입시나 취직 공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교육은 입시 제도에 대한 논의에 가둬있다. 성숙한 시민이 되기 위한 논의도,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도 보이지 않는다. 취학 연령 인구의 감소에 따라 단위 학교가 패쇄 위기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교육은 ‘인서울’ 진학률에만 관심이다. 어른들의 이러한 인식은 그들의 청소년기에 이미 시작되었다. 일찍부터 입시에 정열을 바치는 교육열이 강한 나라에서 진정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대학을 계층이동 수단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입시에 실패하면 치러야 할 사회적 대가가 혹독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교육과 부동산 투자는 계층 고착화 수단이다. 어른들이 자녀들을 입시 경쟁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는 이유는 삶의 노역이 대물림됨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ㆍ고등학교가 입시기관이 되고 대학은 취업준비기관으로 변질되었다. ‘진리추구’보다 졸업생 취업률과 동문 출세 통계를 앞세우는 대학이 득세한다. 취업난에 몰린 학생들은 높은 학점을 원할 수밖에 없고, 대학생활은 학점 고공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유복한 집 학생은 해외 연수 가고, 가난한 집 학생은 동네 식당에서 단무지 썬다. 부모 경제력이 앞날을 좌우되는 사회에서 그저 사는 청년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가?

대학진학이 사다리로 간주되고 시험이 학생들을 줄 세우는 도구로만 여기는 사회에서, 아이의 자존감을 위해 ‘학교 공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아이들을 좌절시키는 것은 아이들의 성취를 인정하지 않는 어른들의 태도이다. 100점 90점 80점이 아니면 ‘어차피 아무 데도 못 간다’며 0점 취급하면 아이들은 엎드려 잠잔다. 배움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모두 스스로 별이 될 수는 없지만, 시선을 위에다 둘 수는 있다. “순창을 넘어 대한민국의 별이 되자.” 시험성적이 앞선 학생만 별은 아니다. 입시와 취업 아닌 ‘자존’을 향해 공부(노력)하는 학생들까지 공평하고 공정하게 돕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 오늘 수능 치르는 청소년들이 모두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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