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커진 만큼 ‘부패’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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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커진 만큼 ‘부패’ 해결해야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9.11.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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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시·군·구의 기구설치 및 직급 기준’을 마련해 인구 10만명 이하 지방자치단체에도 '국' 설치를 허용하자, 전국의 작은(미니) ‘군’들이 공무원 조직과 인원을 확대했다.
인구 1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에서 가장 작은 자치단체인 울릉군은 '자치행정국'과 '관광경제건설국'을 두고, 행정조직은 77팀 공무원 정원은 398명으로 늘렸다. 인구 1만8000명이 안되는 경북 영양군은 2 국, 12 과, 1 보건소, 1 센터, 2 사업소, 1 읍, 6 면에 공무원 정원은 494명이다. 인구만 놓고 보면 대도시 1개 동(洞)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지방자치단체지만, 공무원 수로는 ‘거대 행정조직’인 셈이다.
순창군도 지난 6월, 조직을 개편해 1 실, 2 국, 11 과, 1 의료원, 1 센터, 4 사업소, 1 읍, 10 면이다. 이번 군의회 정례회에 상정한 공무원 정원 조례와 규칙 개정안이 의결되면 공무원 정원은 615명으로 늘어난다. 인구 2만9000명에 미달하니 공무원 1인당 50명이 안 된다. 자치단체의 몸집 불리기는 공무원 증원과 승진잔치로 이어지게 된다. 당사자인 공무원은 물론 ‘표를 먹고 사는’ 자치단체장으로서도 나쁠 게 없어 보인다. 반면, 전남 곡성·고흥·장흥·강진군 등은 “국이 생기면 결재자가 늘어 업무능률이 떨어지고, 인건비 증가 등 행정 효율성 저하가 우려되며, 군수 중심으로 일을 하는 데는 지금의 조직체계가 더 적합하다”면서 ‘국’ 설치에 부정적이라고 보도되었다. 어찌 되었던, 지방분권 차원에서 조직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취지는 지방 행정 조직의 몸집을 불리는 결과로 귀결되고 있다.
지방 행정 조직과 공무원 확대에 대한 시선은 갈린다. “몸집 부풀리기로 혈세만 낭비한다”는 비판과 “복지 수요가 증가하면 공무원 숫자가 느는 건 당연하다”라는 긍정도 있다. 공무원 증원에 비판적인 이들은 “조직 규모가 행정서비스의 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만 확대하기보다 달라진 행정수요에 맞춰 인력을 재배치하는 게 시급하다”라고 지적한다. 지방분권 강화에 따른 공무원 증원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도 “증원 분야를 한정해야 한다”면서 “주민 삶과 밀접한 사회복지ㆍ소방ㆍ안전 등에 국한해야 하고, 지방자치의 효율은 공무원 증원보다는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가 얼마나 작동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공무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는 진단은 과거에는 주민이 공공기관을 방문해 행정서비스를 받았지만, 요즘에는 공무원이 주민을 찾아가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평가에서 시작된다. 저출산ㆍ고령화 현상이 심해질수록 보육ㆍ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증원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문 의료ㆍ방문 행정 등을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행정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무조건 인원을 늘리기보다는 효율적인 조직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늘릴 것은 늘리지만 줄일 부분은 과감히 없애, 관료사회에 집중된 재원을 주민참여자치를 지원하는 예산으로 돌리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관료 조직 확대 속도 만큼, 행정서비스 만족도가 상승하지는 않는다. 군은 “공직자의 적극 행정을 지원하여 적극 행정 추진 분위기를 확산하고 소극 행정에 대해서는 예방ㆍ근절하여 군민에게 봉사하고 현장과 소통하는 공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순창군 적극 행정 운영조례’를 제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적극 행정에 따른 면책, 적극 행정 추진 공무원 지원, 위원회 설치, 소극 행정 예방과 근절’ 등을 규정했다. 한마디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을 보호하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업무를 추진하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묻지 않고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적극 행정을 펼친 우수공무원을 표창하고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소극ㆍ태만ㆍ부정ㆍ비리 공무원까지 보호하는 것은 부패다. 공직자 집단의식이 시민사회의 가치와 다를 때 부패가 싹튼다. 주민들은 공감ㆍ소통ㆍ전문성ㆍ책임감 있는 공무원, ‘공익에 봉사하는 공직자’를 원한다.
요즘 ‘인계노동퇴비공장 악취’를 대하는 행정과 의회를 바라보며, 왜? 행정력은 점점 비대해지고 강화되는데, 왜소한(행정에 비해) 의원과 주민만 동동거리는지 답답하다. 공직자 집단의식이 문제(민원)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부패하고 확산한다. 외부의 비난을 그저 비난으로 치부하는 행정을 칭찬할 주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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