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잔치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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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잔치를 마치고
  • 박영훈 대표
  • 승인 2019.11.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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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내가 알고자 하는 사람들과 나를 알려고 하는 사람들을 한 곳에서 만나고 나를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행사를 치르는 것이다. 적당한 명분을 내세우고 감당할 수 있는 최소의 비용을 지급하여 나와 나의 일을 알리는 것. 그것을 이루고자 행사를 생각하였다.
대부분 행사가 그러하듯 보장되지 않고 확신이 없는 막연함. 하지만 필요하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빈손에 새로운 무엇인가 필요한데 모든 것들은 뚜렷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몸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벅찰 때는 도움을 요청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미리 알리고 동의를 구하고 싶지만 완벽하지 못한 계획이나 미래의 상황과 안개 속과 같은 나의 의지가 그 과정 중에 꺾이게 될 것을 염려하여 망설여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 만큼이 나의 그릇의 크기이고 나의 역량인 것 같다. 안팎으로 내가 나를 아는 이즈음 나는 무엇으로 이 상황을 이끌어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나의 절실함이다. 행사를 치르는 것이 필요하다.
빼빼로의 날이 선점하였다지만 무슨 상관이겠나 싶어서 글자 모양이 곧은 국수와 비슷한 11월 11일 11시 11분에 행사를 시작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날이 전국의 농업인의 날이라고 한다. 전국의 농업인들이 각 지역에서 모여 1년 농사를 자축하는 축제의 날이라니, 온 주민들이 농업인인 농촌에서 겹칠 수는 없다. 그래서 하루 뒤인 11월 12일 11시 12분으로 일시를 결정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구부정한 허리를 가느다란 지팡이에 얹히고 느린 걸음으로 우리 국수공장 마당까지 오셨다.
잘 준비된 마을 권역회관 시설과 설비를 활용하면 오신 분들이나 진행하는 쪽이나 보다 더 편리하였을 터인데 일부러 이곳까지 오시게 한 것은 이 땅 위에 이러한 국수공장이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어서였다. 맛나게 드셨다며 칭찬과 덕담을 남기고 국수공장을 둘러보시고 성의를 표하시면서 굳이 국수를 사시겠다며 한 상자씩 챙겨 들고 다시 느린 걸음으로 왔던 길을 돌아가셨다. 팔덕면사무소, 파출소, 농협 직원들도 와서 행사 취지와 진행에 대하여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먼 길 찾아와준 많은 사람에게 참 감사드린다. 행사장인 국수공장 마당에는 11월 중순에 접어드는 가을 햇살이 내리쪼이고 있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도 단풍처럼 고운 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고자 하는 일이었다. 저러다가 말겠지. 무엇보다 돈이 부족했다. 그래서 같이 준비하고 진행할 사람들도 없을 터인데. 그런데 시작했고 마쳤다. 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아내 덕분이다. 내가 하겠다고 할 때 ‘쓸데없는 일을 하려 한다’고 반대하지 않았다.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내가 한다고 할 때 아내가 “국수 반찬으로 깍두기 김치를 담겠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말했다. 돈도 안 되고 고마워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퍼주는 일을 왜 하려고 하지?
돈도 못 벌면서 무슨 돈으로 하려는 거지? 그러나 주면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이미 서로 고마운 일이다. 있어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없는 것은 줄 수가 없다. 있어야 줄 수 있다. 나는 국수가 있다. 국수공장 사장이다. 이것은 매우 풍요로운 것이다.
내가 국수를 내놓으니 어머니가 떡을 내놓고, 숙모님이 육수를 만들 닭을 내놓는다. 그리고 아내는 반찬을 만든다.
이민우 작가가 몸소 움직여 힘을 보태고, 삼촌과 김회일 선배 그리고 임용주 님의 염려와 지원, 숙모님의 노고, 손이 하나씩 모여 국수를 나누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칭찬은 송구하게도 국수공장 사장인 내가 독차지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것이 나만의 행복이 아니기를 마음 깊이 바란다.
1년에 한 번쯤은 지역 아닌 전국의 국수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사를 치르고 싶다. 우리나라 국수와 국수 요리를 한 곳에서 보고 먹을 수 있는 자리를 갖고 싶다. 맛있는 국수, 몸에 좋은 국수, 쉽게 접할 수 있는 국수 등 다양한 종류와 조리방법 등을 알리고 함께 즐기며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의 식량으로서 기능을 갖는 국수를 알게 하고 우리 국수를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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