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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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수단’이다
  • 김상진 기자
  • 승인 2019.11.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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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만 되면 모든 미디어에서 수능 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나는 수능을 치른 지 8년이 지났다. 고등학생에게 수능은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이었다. 최소한 수도권 대학에 들어가지 않으면 하층민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몇몇 선생님은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잘 보면 좋은 것이지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와도 인생의 끝은 아니야”라고 조언해 주지만 눈앞에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큰 시험을 앞두고 선생님의 위로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수능을 잘 치른 기분을 알지 못한다. 잘 보지 못했을뿐더러 애초에 실력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수능시험에서 문제 몇 개를 잘 찍어 맞추면 가고 싶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꿈을 잠시 꾸기도 했다. 결과는 귀신처럼(?) 전부 오답을 찍었다.
그렇게 쓴맛을 보았고, 수능 실패로 사회 밑바닥에서 지시대로 움직이는 노동자가 될 생각에 괴로웠다. 하지만 수능 성적대로 모든 인생이 갈리지 않는다는 것을 사회에 나와서 배웠다.
학창시절 어울린 한 친구는 충주에 있는 사립대에 입학했다. 평균 4~5등급이면 입학할 수 있는 대학에서 그 친구는 별생각 없이 대학생활을 즐기는 듯했다. 몇 년 뒤에 만난 그 친구는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외교관 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종종 내가 태어난 성남시에 올라가 동창들을 만난다. 누구는 사고를 쳐서 결혼했고 누구는 사업을 시작해 큰돈을 벌어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가 스스로 퇴사를 하고 한 일식집에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그 친구는 “대기업이 돈은 많이 주지만 진짜 그만큼 힘들어. 이런 생활을 오래 할 수 없다고 느꼈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올해 수능이 끝나고 전남 순천에서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을 본 한 학생이 22층 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매년 수능을 치르고 난 후, 성적에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학생들을 볼 수 있다.
나는 수능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수능은 공무원 시험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평한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수능은 중요하다. 학문에 뜻이 있거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말이다. 학생들이 수능을 수단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꽃 같은 나이에 꺾이는 일이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학교는 수능을 보기 위해 교육받는 곳이 아니다. 친구들과 대인관계를 배우며 규칙을 배우고 인성을 쌓는 곳이다. 시험은 평가의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 성실함을 배우게 하는 기능도 있다. 내가 학창시절 수능에 대해 가졌던 어리석은 생각을 지금 학생들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긴 시간 준비하여 수능을 치른 수험생 여러분, 옆에서 지켜보며 뒷바라지 한 학부모들 모두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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