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초 ‘꼬부리 쉼터’… 열심히 놀고 쉬는 건강한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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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초 ‘꼬부리 쉼터’… 열심히 놀고 쉬는 건강한 놀이터
  • 김수현 기자
  • 승인 2019.12.05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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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생각하고 직접 설계한 놀이터
교육지원청 청소년 놀이 공간사업 첫발
‘놀이밥퍼’학부모, 아이들 놀 권리 지원
▲순창초 학생들이 직접 공간을 찾아 설계와 디자인에 참여한 ‘꼬부리 쉼터’.
▲순창초 학생들이 직접 공간을 찾아 설계와 디자인에 참여한 ‘꼬부리 쉼터’.

 

순창초 놀이공간, ‘꼬부리 쉼터’가 지난달 29일, 문을 열었다.
꼬부리쉼터는 어린이회 임원과 4~6학년 회장, 3학년 학급대표 각 2명을 선출하여 놀이공간추진단을 구성해 놀이공간을 아이들이 직접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3월부터 참여디자인을 3차례 진행하면서 우선 강당 밖 농구장 근처 통로를 놀이공간으로 결정했다. 외국 등 다양한 놀이터 사례 알아보기, 상상 나래 펼치기, 놀이터 만들 때 원칙 공유하기, ‘나는 놀이터 디자이너다’라는 명함을 달고 직접 3차원 공간으로 놀이터 설계ㆍ디자인하기 등을 통해 놀이공간에 대한 의견을 모아내고, 전문가들과 협의하며 ‘꼬부리 쉼터’를 만들었다. 이름도 전교 어린이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했다. 이름은 공간의 특색을 살려 디자인한 꼬불꼬불한 설계와 아이들이 구석구석에서 노는 모습을 담아 지었다.
전문가와 어른들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어린이들이 직접 공간을 선정하고 디자인한 첫 사례로, 이 사업은 2018년 전북교육청 어린이 놀권리 보장에 관한 조례 제정 이후, 2019년 순창교육지원청의 학교에 ‘아동 우호적 놀이 공간’을 마련하자는 정책에 따라 진행됐다.
교육지원청은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대하고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찾아 만들어나가는 첫 발걸음을 시작했고, 2020년에도 군내 1개 학교에 놀이 공간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놀이공간 조성사업을 진행해온 이순권 교사는 “일자형 통로가 놀이공간으로 바뀌었다. 학교를 잘 알고, 놀이의 주체인 학생들이기에 가능했다. 학생들은 ‘내가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놀이 공간을 아끼고 잘 논다.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추진과정을 지켜보고, 비판의식을 갖고 진행하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다. 이 사업을 하는 다른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시선과 눈높이에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율(순창초 6년) 학생은 “아이들과 함께 의견을 모으고 조정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우리가 직접 설계하여 우리만의 놀이 공간을 만들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만든 놀이 공간에서 후배들이 열심히 놀아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린이 놀 권리 옹호, 놀 시간 보장
힘 쓰는 순창초 교사ㆍ학부모

개관식에 이어 놀이밥퍼 선생님들과 2학년 학생들의 놀이판이 펼쳐졌다. 동대문놀이, 도깨비놀이 등, 놀이에 익숙한 아이들은 금세 놀이판에 뛰어든다. 놀다 부딪혀 넘어진 친구들에게 밥퍼 선생님이 “어디 다쳤니?” 물으니, 아이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다시 친구들 손을 잡고 뛴다.
점심시간. 서둘러 점심을 먹고 나온 아이들이 삼삼오오 뛰어나온다. 꼬부리 쉼터 팽이에 몸을 맡기는가 하면, 쉼터 탁자에 두셋씩 모여앉아 수다 꽃을 피운다. 운동장 복판에서는 축구가 시작되었고, 강당 앞에서는 피구가 한창이다. 산책 나온 선생님과 의젓하게 함께 산책하는 친구도 있다.
순창초는 조례 만들기 전부터 중간 놀이시간을 만들어 아이들의 자유 놀이를 지원해왔다. 방과후교실에도 놀이밥퍼 선생님들과 함께 노는 시간이 있다. 수업을 마친 후 학교에 남아 노는 어린이도 많다.
순창초가 아이들의 놀 권리를 옹호하고 자유 놀이를 지원하는 문화를 일궈온 데는 교육지원청과 학교 교사들의 아이들의 놀 권리와 놀이 문화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숨어있다.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2학년 담임교사는 “아이들은 중간 놀이시간을 제일 즐거워하고 기다린다. 놀이 문화가 안착되니, 못 어울리는 친구나 참여하지 않는 친구가 없다. 모두 어딘가에 속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아 논다. 앉아있는 걸 힘들어하는 저학년 학생에게 중간놀이 시간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간이다. 놀 때의 집중력이나 친화력은 수업시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놀이 시간을 학교에서 존중하고 지원하니,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으로 놀 권리 이해 연수에 참여한 학부모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상현 위원장(학교운영위원회, 순창초 졸업)은 “아이들이 놀 공간을 직접 설계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만족스러웠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잘 논다. 우리 아이도 축구시합을 하다 코피 터져도 하루도 빼지 않고 논다. 순창초는 학년을 넘어 어울려 노는 게 자연스럽다. 어릴 때 친구들하고 뛰어놀면서 익힌 경험과 기억이 몸에 배 내 삶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학교 놀이문화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놀이활동을 펼치고 있는 ‘놀이밥퍼’ 학부모들도 한몫하고 있다. 놀이밥퍼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대부분 안다.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지켜주려는 학부모들이 2016년 시작한 ‘놀이밥퍼’는 ‘깨우치는 놀이연구회’를 만들어 놀이 연구와 보급에 힘쓰고 있다.
안지혜 총무(놀이밥퍼)는 “처음엔 우리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놀이밥퍼 학부모들은 순창을 넘어 임실, 고창, 남원, 완주 등 학교에 지원을 나간다. 바쁜 일정에 쫓기면서도 최은경 대표는 “아이들은 조금만 놀아도 변합니다. 놀다 보면 손도 잡지 않던 친구와 몸을 부딪쳐가며 잘 놉니다.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게 제일 보람 있지요”하며 웃는다.
“서울에서는 다친다고 운동장에서 못 놀았어요. 규칙도 많고요. 여기서는 운동장에서 뛰거나 노는 게 자유예요. 자유가 좋은 사람은 순창초가 좋아요.” 조운(3년)
“급식실 쪽에 7미터 미끄럼틀을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안 됐어요. 섭섭하지만 여기도 좋아요. 집에 갈 때, 전에는 그냥 앉아서 핸드폰 봤는데, 여기 모여서 이야기하고 놀아요” 김다예(3년)
점심시간 종료 알림종이 칠 때까지 순창초 어린이들의 노는 소리가 꼬부리 쉼터와 학교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열심히 놀고 쉬며 건강하게 자라서 멋진 순창인이 되겠습니다.”개관식에서 꼬부리 쉼터 진행 과정을 발표한 김하준(6년) 어린이회장의 마무리 말이 놀이공간 조성사업의 목적이자 교육의 목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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