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불수당/ 물가에도 가지 마라
상태바
좌불수당/ 물가에도 가지 마라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9.12.05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坐(앉을 좌), 不(아닐 불), 垂(드리울 수), 堂(집 당)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05

《사기》 원앙ㆍ조조열전(袁盎ㆍ晁錯列傳)에 나온다. 처마 밑에 가깝게 앉지 않는다.
딸을 낳았을 때, 어릴 적부터 귀하게 키워야 시집을 잘 간다고 하는 말도 들리고, 너무 귀하게 키우면 가난한 집에 시집가게 되면 된통 고생한다는 말도 들렸다. 어쨌거나 아내는 딸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머리도 예쁘게 땋아주며 귀하게 키웠다. 딸이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로는 통금시간을 정해 놓고 늦게 오면 노심초사하며 안절부절못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딸을 ‘위험한 곳에 절대 가지 말며 몸가짐을 바로 해야 한다’며 너무 보수적으로 키운 것이 아닌가 하며 후회하고 있다. 딸이 남자가 뭔지도 모르는 숙맥이 된 것 같아 ‘쟤가 시집이나 가게 될지’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간 너무 청정하게 키워 다사다난하고 복잡한 사회 속을 어찌 헤쳐나갈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요즈음 사람들이 오가는 공원에서 젊은 아이들이 포옹하고 키스까지 하는 것을 보면, ‘젊은 것이 너무하네’ 하고 핀잔하고 싶다가도 우리 딸도 저렇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쩐 일인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원앙은 한나라 문제 때에 낭중을 지냈는데 직간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사리에 밝아 황제의 신임을 받았다. 어느 날, 강후 주발이 승상이 되자 조정을 퇴청할 때 늠름하게 걷고 황제도 융숭히 예우하며 극진히 배웅하는 것이었다. 이를 본 원앙이 황제에게 말했다.
“주발 승상이 공신이기는 하지만 사직의 신하는 아닙니다. 지금 승상이 폐하에 대하여 교만한 티를 내고, 게다가 폐하까지 겸손해하는 것은 군신의 예를 잃게 되어 서로에게 좋지 않은 일이 됩니다.”
문제가 과연 위엄을 갖추고 승상을 대하니 마침내 승상이 황제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주발이 원앙을 미워하였다. 훗날 주발이 퇴직 후 영지에서 모반밀고를 당했을 때, 곤란한 처지에 빠진 그를 다른 이들은 모두 외면했으나, 원앙만이 나서서 주발의 억울함을 주장하여 석방되었다. 둘은 깊은 친교를 맺었다.
어느 날, 황제가 황후와 신부인을 동반하였는데, 황제가 두 사람을 관례대로 대등하게 자리를 잡아주는 것을 본 원앙이 일부러 신부인의 자리를 뒤로 밀어 놓았다. 신부인이 화를 내고 앉지 않으려 하고 황제도 노하였다. 나중에 원앙이 어전에 나가 아뢰었다.
“폐하, ‘존비의 질서가 있으면 상하가 조화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황후가 계시니 신부인은 첩입니다. 정처와 첩이 같은 자리에 있을 수가 없는 법입니다. 폐하께서 신부인을 총애하신다면 그냥 후한 상을 내리시면 되는 것입니다. 페하가 신부인을 위해 하는 행위는 오히려 신부인에게 화를 끼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설마 ‘사람 돼지의 사건(여후가 유방이 총애하던 척부인의 손발을 자르고 눈을 빼고 혀를 잘라 돼지우리에 넣은 일)’을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황제로부터 이를 들은 신부인이 금 50근을 내렸다.
하루는 황제가 패릉 위에서 서쪽으로 가파른 고갯길을 달려서 내려가려고 했다. 원앙이 자기의 말을 천자의 수레와 나란히 세우고 황제의 수레를 끄는 말고삐를 당겼다.
“장군은 무섭소?” “저는 천금을 가진 부잣집 아들은 마루 끝에 앉지 않고(좌불수당), 백금을 가진 부잣집 아들은 난간에 기대서지 않으며, 성명(聖明)한 군주는 위험을 무릅쓰며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 6두 마차로 가파른 길을 달려 내려가시려고 하는데 만에 하나 말이 놀라 수레가 부서지는 일이라도 생기면 폐하께서 몸을 가벼이 하신 것은 물론 종묘와 황태후는 무슨 낯으로 대하시겠습니까?”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고 달릴 생각을 거두었다. 원앙의 사람됨이 이러하여 많은 사람에게 추앙을 받았다.
이 성어는 귀한 집 자식일수록 위험한 곳에 가지 않게 한다. 즉 위험한 일에는 가까이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훗날 사람들은 지위가 높아지고 귀하게 될수록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인용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