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91)/ “짜장 너를 사랑해!”…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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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91)/ “짜장 너를 사랑해!”…무슨 뜻일까?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9.12.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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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짜장 → 정말로
꽃등 → 맨처음
라온 → 즐거운

“짜장 너를 사랑해!”
얼마 전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나왔던 말이다. 제작진이 문제를 내면 출연자들이 의논해서 정답을 외치는 식이다. 대충 “짜장면을 아주 좋아해!”라고 생각한다면 틀렸다. 짜장은 짜장면이 아닌 ‘과연’, ‘정말로’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다시 말해 요즘 자주 쓰는 ‘레알(real)’, ‘리얼리(really)’를 대체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니까 “짜장 너를 사랑해”는 “정말로 너를 사랑해”의 다른 표현이다.
“짜장 웃긴다.”
“꽃등 마음먹은 대로 열심히 공부할게요.”
“우리 반에는 라온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정말로 웃긴다’의 “짜장 웃긴다” 외에는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다. 새로 들어온 은어나 외래어 같기도 하고, 사투리 같기도 하다. 하지만 순우리말들이다. 여기서 ‘꽃등’은 ‘맨 처음’, ‘애초’라는 의미가 있다. ‘라온’은 ‘즐거운’이라는 뜻의 고운 우리말이다.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 토박이말은 얼마나 될까? ‘영어 광풍’ 속에 우리말이 찬밥 대우를 받고 있지만, 한글에는 오래 역사를 헤쳐 나온 지혜로운 생활의 말들이 그득하다. 먹을거리, 움직임, 모양 등을 표현하는 예쁘고 재미난 말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예컨대, ‘그릇 위까지 수북이 담은 밥’인 ‘감투밥’과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 담은 것’을 뜻하는 ‘안다미로’, ‘음식을 조금 먹는 일’을 말하는 ‘볼가심’과 ‘좋은 음식을 먹기 전에 간단히 먹는 일’을 뜻하는 ‘초다짐’ 등이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바람의 세기에 따른 순우리말의 바람이름도 흥미롭다. 실바람, 남실바람, 산들바람, 건들바람, 흔들바람, 된바람, 센바람, 큰바람, 큰센바람, 노대바람, 왕바람 그리고 초속33미터(m) 이상인 싹쓸바람 순으로 정리돼 있다.
또 주목할 점은 외래어 대신 순우리말을 활용한 상표나 간판이 늘고 있다. ‘풀무원’, ‘해찬들’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 우리말, 나아가 순우리말이 대접받는 추세다. 한류열풍이 불면서 지금은 세계인들이 우리말로 된 가사를 따라 부르고 익히고 있다고 한다. 과거 팝송처럼, 마침내 한글이 수출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정겹고 구수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익혀 쓴다면 저마다의 삶을 넘어 지역사회, 나라 전체가 훨씬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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