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림 삭골로 온 ‘임정묵ㆍ송주영’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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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림 삭골로 온 ‘임정묵ㆍ송주영’ 부부
  • 김수현 기자
  • 승인 2019.12.16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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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에 이사 와서 떡 돌리는 마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요즘은 선 긋는 ‘원주민ㆍ귀농귀촌인’보다 같은 주민으로서 먼저 사는 ‘선주민’과 뒤에 온 ‘후주민’이라는 말을 쓴다.
순창에 귀농귀촌을 한 인구가 6000명을 육박하고 있다. 이들은 평생 순창 땅과 문화를 일구어온 지역주민에게 이사 떡을 들고 일일이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안정된 집과 땅을 찾지 못한 처지다. <열린순창>은 순창에 온 이들을 인터뷰했다. 글을 보고 마음에 쏙 드는 이가 있으면 후딱 마을에 들이면 어떨까? 선주민 뒤를 이어 마을을 지킬 귀한 사람들이지 않은가.

임정묵(33), 송주영(31) 부부는 지난 8월 순창에 이사와 12월 결혼한 새신랑, 새각시. 구림면 삭골 체재형 가족실습농장에 살고 있다. 임 씨는 순창에 와서 3개월동안 농업기술센터에서 작물관리, 테스트 등의 시험포 일을 했다. 지금은 송 씨와 텃밭에서 키운 배추와 무로 김장도 하며 순창 살이를 만끽하고 있다.
 
♥ 어떻게 시골살이를 결정했나요?
송> 인천에서 회사를 오래 다녔어요. 같은 직장이었는데 이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1.5배 일하더라고요. 저도 제주도에서 인천에 가서 공부하고 직장 다니면서 정말 열심히 살았지요. 지치더라고요.
임>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도시에서 산다는 게 5년 뒤, 10년 뒤 그림이 뻔하게 느껴졌어요. 진급하고 월급도 오르겠지만 어차피 최종목표는 집 사는 거죠. 그것도 은행이나 부모 도움을 받아서. 그런 게 재미가 없더라고요.
송> 서른 살이 되면서 귀농 귀촌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 두 분이 동시에?
송> 네, 그냥 자연스럽게요. 우리는 여행을 가면 조용한 시골을 찾아다녔어요. 그런 시간이 좋아서 점점 시골에 아예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지요.

♥ 순창은 어떻게 오게 되었어요?
임> 귀농귀촌하기로 마음먹고 귀농귀촌박람회 같은 곳들을 찾아다녔어요. 거기서 귀농귀촌 센터장님과 농업기술센터 계장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호감을 갖게 되었어요. 순창에 처음 왔을 때, 참 깨끗하고 맑다는 느낌 받았어요. 아기자기하고 예뻤어요. 조용하고… 그래서 결정했어요.

♥ 온지 얼마 안 됐는데 농사도 지었군요.
임> 텃밭에 배추, 무, 당근, 쑥갓 등을 지었어요. 다행히 잘 자라줬어요. 작물 크는 거 보니 재밌어요. 학교나 회사에서는 정해놓은 거, 하라는 대로만 했지요. 농사는 전혀 다르죠. 내 판단으로, 땀 흘려서, 농장을 일구고 성과를 낸다는 게 보람 있었어요. 김장도 했다니까요.(웃음)
송> 사 먹는 재미보다 키워 먹는 재미를 알았죠. 내 손, 내 품으로 지은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다는 것도 좋아요. 힘은 들지만요. 농사짓고나서는 장에 가면 어르신들 파시는 거 모두 제값 드리고 사요.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농산물이 얼마나 귀한지 아니까요.

♥ 어떤 계획을 갖고 있어요?
송> 마을에 들어가 농사 짓고 살고 싶어요. 실습농장이라 마을과 떨어져 사는 게 아쉬워요. 마을 안에서 어르신들 모시며, 배워가며 살고 싶어요. 우리가 손주뻘이잖아요.
임>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고 싶지만 아직은 농사지을 땅을 구할 수가 없어요. 집 구하기도 쉽지 않고요. (지금 숙소는 1년 계약이다) 빈집도 많고 수리비도 지원한다고 해서 쉬울 거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빈집은 많은데 수리비 지원 정도로 고칠 수 있는 집은 없고요. 임대하면 마음대로 고칠 수도 없고요. 집도 땅도 시간이 필요할 거로 생각해요.
송> 천천히, 우리 수준에 맞게 하려고요. 임대해서라도 시작하고 싶어요. 도움받지 않고 우리 힘으로 해보고 싶어요.

♥ 앞날에 대해 겁나지 않으세요?
임> 아니요. 겁나는 건 없어요. 서로 의지가 되니까요.
송> 주변 분들도 많이 도와주세요. 가끔 귀농귀촌한 분들 만나면, 이것저것 조언해주시고 많이 챙겨주세요.
임> 귀농귀촌센터에서 생활교육 받으면서 많이 도움 되었어요. 용접, 목공, 전기 배선 같은 건 배울 기회가 없었어요. 여기서는 내 집 내가 고칠 수 있어야 하니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내 손으로 직접 한다는 게 뿌듯합니다.

♥ 자녀 계획은?
송> 셋은 낳고 싶어요. 도시에서 벗어나니 시야가 넓어지는 걸 느껴요. 아이도 마찬가지예요. 돈을 좇거나 남들이 말하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에 갇히지 않게 키우고 싶습니다.
임> 욕심부리지 않고 키우고 싶어요. 중간만 가도 사는 데 큰 문제 없으니까요.

♥ 내려와서 서로 모습 지켜보니 어때요?
임> 집 근처 계단에 앉아있으면 산이 한가득 보여요. 아내가 거기서 차 마시는 걸 좋아해요. 아내가 그곳에 앉아 차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좋아요.
송> 그때가 참 행복해요. 늘 한정된 공간에 있다가 이렇게 열린 공간에 있다는 게 늘 새로워요. 밤에 안줏거리 만들어서 막걸리 한 잔 할 때도 좋아요. 강천산 막걸리 참 맛있어요.
♥ 주민들에게 서로를 소개한다면?
송> 정묵 씨는 새벽에 보면 텃밭에 나가 있어요. 퇴비 주고, 물 주고… 정말 열심히 일해요. 누가 시키겠어요.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일하죠. 계획성도 있고, 말도 참 이쁘고 재밌게 해요.
임> 주영씨는… 마음이 따뜻해요.
 
♥ 10년 뒤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임> 첫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덜 벌어도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았는지 묻고 싶어요.
송> 10년 뒤, 지금처럼 순창도 내 마음도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웃음)


서로에게 선물인 관계가 얼마나 될까? 치열하고 고단한 시기에는 지켜보고 위로했고, 새 출발을 앞두고는 서로 격려하며 손잡고 실행에 옮겼다. 친구, 동료에서 가족이고 술친구가 된 이들은 서로에게 최고의 선물인 듯 보였다.
이 부부를 만나고 오는 길, 날씨는 추운데 마음 온도가 올라 추운 줄을 몰랐다. 이들 부부가 순창에 온 것도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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