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행복한 여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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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행복한 여생을 위해
  • 김상진 기자
  • 승인 2019.12.17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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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읍ㆍ면 마을을 돌며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을 찾아다닌다. 어르신들은 젊은 청년이 왔다며 반가워하신다. 감사하다. 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열린순창>에 작게 소개해주는 것뿐인데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니, 기쁘면서도 마음 한편에 이상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내가 만나뵌 어르신들 대부분은 젊은 시절 농사일로 고생하시다 이제는 몸이 아파 거동이 불편해서 남은 생애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시는 것 같았다. 온종일 집에서 또는 마을회관에서 반복되는 지루한 생활을 하다가 기자가 찾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고, 들어주는 작은 일이 ‘기쁨’이라니 어르신들께는 죄송한 표현이지만 측은지심과 동정심과 슬픔 사이에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뒤섞인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먹고 살기 위해 어린 시절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어르신들이 꽤 많다. 교육을 받지 못해 한글을 못 읽는 것이 한이 된 할머니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읍내까지 나와 한글학당에서 공부했다며 “늦게 배워, 이름자라도 쓸 수 있어 기뻤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그 할머님 생각이 나 ‘한글을 못 읽는다’는 어르신을 만나면 “읍내 여러 단체에서 한글 교육을 하는 곳이 많으니 한 번 받아 보시라”고 권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제 죽을 나이 다 돼서 한글 본다고 무엇이 달라지냐”는 답에 안타깝고 서글프다.
누구와 인터뷰하든 기자는 항상 마지막에 미래의 계획을 묻는다. 계획이나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나이와 관계없이 장황하게 자기 계획(생각)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시골 마을의 연로한 어르신들의 대답은 늘 비슷한 맥락이다.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뭘 해 그냥 이렇게 있다가 가는 거지.” 아직 어려 어르신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도, 공감하기는 더욱 어렵지만 그런 어르신을 보면 안타깝다.
옛날에는 가난하면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 말씀에 따라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결혼하고,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했단다. 요즘 젊은이들의 표현인 ‘먹고 살기 힘들다’가 아닌 정말 굶주려 절박하게 먹을 것이 없어 먹고 살기 위해 일하고 결혼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헬조선’은 지금이 아니고 한 세기도 벗어나지 못한 불과 7, 80년 전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마음을 다진다. 더 노력해야겠다고.
내가 만난 어르신 가운데 몇 분은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부모로 살다’가 그 모든 짐을 내려놓은 순간, 자유를 만끽하기보다 몸이 아프고 생활이 풍족하지 못해 마을회관에서 “죽을 날만 기다린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어르신들을 조금 더 챙기면 좋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의 부모님도 챙기지 않았다면 지금, 반성하고 가끔이나마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자.
지방자치시대 행정에서 많은 마을사업을 하지만 그 혜택을 보는 마을은 읍ㆍ면 소재지 마을이거나 인근 규모 있는 마을에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작은 마을까지 챙겨야 한다. 어르신들이 죽을 날만 기다리지 않도록 돕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어르신들이 “이제 얼마 안 남았다”는 자조적인 생각을 버리도록 도와야 한다. 자식, 남편(아내), 부모를 위해 살다가 모든 짐을 내려놓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어르신들이 의미있는 여생을 즐겁게 살다 떠날 수 있는 제도 마련은 불가한가. 아니다. 생각해서 추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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